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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어느 날.우리가 만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갔다. 나는 남자친구가 되어본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그녀를 위해서는 작은 부탁도 모두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슬이에게 요즘 유행하는 영화가 보고플 땐 내게 이야기하라 했고, 아무런 약속도 없는 일요일 오후 심심할 때는 언제든지 나를 부르라는 말들을 늘어놓곤 했다. 슬이도 이런 나의 순수한 배려와 관심을 좋아했다.나는 시도 때도 없이 슬이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고 싶어 했고 언제나 그녀를 졸졸졸 쫓아다녔다. 옆에 붙어 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고 그녀도 썩 그걸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때는 연인에게 처음 사랑을 받아보는 나였기에 언제나 슬이가 나를 쓰다듬어주었으면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연애를 할 때 상대방에게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댕댕이 스타일인걸 이때 알았다. 나는 덩치가 있으니 대형견이라고 해야 하나. 초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을 때는 이게 문제였다.“슬아. 오늘 우리 집 가면서 떡볶이 먹고 갈까?”“근데 오늘 밖에서 먹기에는 덥지 않아?”“그럼 우리 학교 앞에 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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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남윤수] 너를 삭제,ㅡ단편ㅡ ㅡ내가 봐도 유치한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어젯밤은. 발단은 돌아버릴 것 같은 심심함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내 앞으로 산더미처럼 온 시나리오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툭, 하고 나를 잡아끄는 작품이 없었다. 감사하고 고맙게도 출연제의는 많았지만 하고싶은 작품이 없다.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지질 않았다.결국 보던 것들을 테이블에서 싹 밀어버리고 청소기를 꺼냈다. 깔끔하다면 이보다 더 깨끗할 수 없는 방이었지만, 먼지 한올이라도 안 날리게 청소를 해댔다. 물을 받아다가 화분에 물도 줬다. 그러고 쌓아둔 책을 정리하고... 저녁 준비를 하려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다 지겨워졌다.' .먹어서 뭐해.. 치워서 뭐해... 속 깊은 곳에서 귀찮은 마음과 심심한 마음이 동시에 뛰쳐나왔다. 침대 위에 늘어져 한동안 그 둘이 싸우도록 내버려뒀다. 이렇게 늘어져 천장만 바라보다가는 결국 화석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옷을 꺼내 입은 게 오후 6시 25분 쯤. 폰과 지갑과 이어폰만 챙겨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나가면서 친구놈들 서넛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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