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에게 '놀아주는 여자'는 한 단어로 '도전'이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이후 엄태구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영화 '밀정'(2016)과 '택시운전사'(2017), '낙원의 밤'(2019), 드라마 '구해줘2'(2019)까지 엄태구는 말 그대로 '살벌'한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이후 줄곧 장르물에서 빛났고, 그를 대표하는 얼굴 또한 '밀정'에서 부하 직원의 따귀를 때리던 일본 경찰,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송강호 분)을 검문하던 군인, '낙원의 밤'에서 삶에 찌든 조직폭력배였다.
그러나 엄태구는 자신이 닦아놓은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놀아주는 여자'에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엄태구는 이전 필모그래피와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인다. 초반에는 어색함과 신선함의 묘한 경계에 서 있는 듯한데, 어느 순간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엄태구의 얼굴이 극을 빛낸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 만큼, 본인의 '주 장르'인 피 칠갑을 한 얼굴로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여기에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모태 솔로'의 모습까지 사랑스럽게 그려내니 말 그대로 놀라운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엄태구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에 강렬해 보이는 인상, 엄태구의 외면에는 변화가 없지만, 그가 보여주는 따뜻한 멜로 눈빛은 '놀아주는 여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장점이다.
로맨스는 물론, 코믹 연기까지 놀랍다. 술에 취한 채 해맑게 아이처럼 놀이터에서 뛰노는가 하면, 짝사랑 상대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이불을 걷어차고, 갑작스러운 뽀뽀에 비틀거리기도 한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겉차속따'(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의 서지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이렇듯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서 '놀아주는 여자'가 갖는 특별함을 하나 꼽자면, 바로 엄태구의 존재다. "이 드라마는 엄태구로 시작됐다. 독특함 하나로 밀고 가고 싶었다"는 김영환 감독의 의도와 포부가 십분 이해된다. '놀아주는 여자'로 재능을 활짝 꽃피운 그의 다음 작품에도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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