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는 H.O.T. 동방신기부터 라이즈까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이어져 온 아이돌 기획사이다. 그러나 이수만이 구축한 SM의 공장형 시스템은 자연스레 문제점도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발전적 대중문화가 가장 지양해야 할 대중 취향의 획일화다(언뜻 보면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는 케이팝과 트로트 밖에 없는 것 같다.)
연습생 제도와 불공정 계약이 초래하는 아이돌 인권 문제 및 엇비슷한 콘셉트로 불거진 콘텐츠의 표절에 대한 한계와 더불어 이수만이 구축한 케이팝의 대표적인 그늘이다.
이수만은 불과 6일 전(2024년 7월 10일 기준) 대구에서 열린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우리가 선진국을 배우기 위해서 유학을 갔듯이 지금은 해외에서 한국으로 케이팝을 배우러 많이 오고 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을 배우러 올 때 한국의 문화 역량을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서 그가 말한 '한국'과 '한국의 문화'는 모두 케이팝을 전제로 했거나 '케이팝=한국'이라는 거친 공식을 전제한 언급이다.
이수만은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는 케이팝 외에도 훨씬 많은 것들이 숨 쉬고 있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는 듯 발언했다.
물론 그가 '케이팝의 아버지'일지언정 '한국 문화의 아버지'일 순 없다.
케이팝은 한국 문화의 부분일 뿐이다.
이처럼 시장의 왜곡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케이팝의 산실이던 SM은 승승장구했다.
과연 경영자와 프로듀서 능력을 동시에 가진 이수만은 아직 업계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올해 72세인 이수만의 개인 회사인 블루밍그레이스가 지난 5월 3일 'A20 엔터테인먼트' 상표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하이브와 SM 주식 매매계약 체결 때 포함된 '향후 3년간 경업 금지' 조항과 그 조항에 대한 해제 요청은 이수만의 강력한 복귀 의지로 해석된다.
반세기 이상 음악계에 몸담아 오며 30년 이상 케이팝의 탑을 쌓아온 이수만은 뒤를 돌아본 적이 없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왔듯 이수만은 '수만(SM) 시즌2'라는 미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