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관광 어플리케이션이 '연쇄 살인'과 '테러' 등 불건전한 콘텐츠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관광 연계 체험형 게임 앱인 '서울 퀘스트'는 서울 시내 주요 관광 명소 15곳을 방문해 스토리텔링 형식의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포켓몬고' 같은 위치 기반 게임으로 특정 지역을 찾았을 때만 실행할 수 있는데, 게임 속 코스를 따라 위치를 옮길 때마다 부여되는 임무를 모두 달성하면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문래역, 양천향교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인 간송옛집과 연산군묘 4곳을 배경으로 하는데 게임 내용이 불필요할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해서 오히려 지역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호선 문래역을 배경으로 한 '살인의 조각들(게임명)'은 연쇄살인범의 정체와 시신에 대한 단서를 쫓는 콘텐츠로 구성됐는데, 실제 문래역 인근 장소들을 핏자국이 묻은 조형물과 시신 은닉 장소로 표현하는 등 섬뜩한 내용의 화면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인근 어린이공원에서 살해 도구가 발견됐다는 자극적인 설정도 포함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연쇄 테러, 9호선 양천향교역은 좀비 바이러스 창궐을 주제로 하고 간송옛집과 연산군묘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악신(악령)이 등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서울시 예산 3억2500만 원을 투입해 만든 이 게임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어서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주요 명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누구나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고 제한 연령마저 3세 이상(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낮아서 어린이들이 자극적인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된 자치구와 관계 기관들은 뒤늦게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서울시에 정정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만약 사전에 알았다면 진작에 중단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서울시에 문래동을 배경으로 한 '연쇄 살인 게임'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면서 "서울시 측에 삭제나 수정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사전에 협의하지는 않았다"면서 "시범 운영 기간인 다음 달까지 여러 기관들의 우려를 검토해 콘텐츠를 보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민환 기자 kmh@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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