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는 사랑받아 마땅한 공주가 계모 왕비의 지독한 저주를 이겨내고 사랑을 완성하는 권선징악 스토리의 대명사이자 전 세계인의 고전이다.
2010년, 독일 최고의 추리소설가 Nele Neuhaus가 발표한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Snow White Must Die)>은 아름다운 동화의 원형을 뒤집어 해석하여 누가 왕비인지, 사냥꾼인지, 난쟁이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하는 반전과 충격의 내용으로 세계인을 열광하게 한 바 있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세계 공통의 이야기’다.
고전의 캐릭터들 위에 쌓아올린 치밀한 추리극의 구조는 문화권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인 관전포인트를 제공한다.
특히 유럽 추리소설 특유의 건조하고 명확한 논리는 시청자로 하여금 추리에 참여하게 하고 지적 유희를 느끼게 할 것이다.
하지만 정서와 감성을 강점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 온 한국드라마씬에는 상대적으로 다소 생소한 미스터리물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가장 ‘한국적인’ 드라마다.
유럽 원작의 요소 중에서 철저하게 우리 시각에서 해석되는 부분만을 차용하고 모르는 감성을 스타일로 포장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구조, 관계, 관습은 오히려 세대, 소득수준, 성별, 지역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낳으며 갈등과 폭력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정의롭지 않은 모습에 분노를 잘하는 한국인들이지만 그 분노가 선택적이지 않다고 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뜨거운’ 드라마다.
사랑과 집착, 신념과 고집, 배려심과 이기심, 열망과 질투, 희망과 야망, 진실과 사실.
모든 것을 녹이는 용광로 속에 갇힌 선인도 악인도 아닌 한 사람.
그에게 끝까지 고백과 인정을 하지 않는 세상에 맞서는 과정은 얼마나 더 큰 용기와 투쟁이 필요한 것인지.
그 여정의 끝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모르는 이에게 부디 희망이 될 이야기로 남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