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김지원의 슈팅스타》
김지원 텐아시아 가요팀 기자가 '슈팅스타'처럼 톡톡 튀고 시원하게 가요계를 맛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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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자체 서버이벌 프로그램 'WIN'(윈) 출신 남자 솔로 아티스트들이 홀로서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룹 위너 이승훈부터 아이콘 구준회까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드는 모습이다.
위너 이승훈은 10년 만에 첫 솔로 활동에 나섰다. 이승훈 본인이 타이틀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위너 멤버 송민호도 작사진에 이름을 올리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18일 방송된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미니 1집 '마이 타입'(MY TYPE)의 타이틀곡 '딱 내 스타일이야 (MY TYPE)'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이승훈의 솔로 데뷔곡은 위너의 음악 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트렌디한 위너 곡들과 달리 타이틀곡 제목부터 가사까지 전부 올드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첫 만남', '딱 내 스타일이야', '심장이 팡팡', 'Hey 지니 소원을 들어줘' 등의 가사에서 세련미를 느끼긴 어렵다.
무대 구성도 아쉬웠다. 초반에는 타이트한 미니 원피스를 입은 여성 댄서 한 명과의 호흡이 유독 강조됐다.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전개였다. 후반부에는 댄서들이 무대에서 빠지고 이승훈 홀로 댄스 브레이크를 소화했고, 무대가 비어 보였다.
뮤직비디오 격인 스토리 필름을 봤을 때, 재치 있는 B급 감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홍보차 출연한 프로그램은 KBS '6시 내고향'이었다. 이 프로그램 시청층은 B급 감성을 즐기는 세대라고 보긴 어렵다. 곡의 타깃과 맞지 않는 이들을 타깃으로 홍보에 나선 것.
이런 곡을 재치 있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승훈의 퍼포먼스에서는 이런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딱 붙는 크롭티를 입고 무대를 소화하는 이승훈에게서는 재치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강렬함이 느껴졌다. 이승훈은 실력이 빼어난 아티스트다. 가창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곡으로 대중 앞에 서는 편이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콘 구준회도 데뷔 9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그의 첫 번째 미니앨범 '멍'에는 더블 타이틀곡 '나 홀로'와 '빌어'를 포함해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구준회는 아이콘의 메인 보컬로, 중저음의 허스키한 음색과 넓은 음역대가 특징적이다. 새 앨범은 그의 장점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그 가운데 특히 '나 홀로'는 구준회의 출중한 실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곡이다. 구준회가 작사·작곡해 음악적 역량을 뽐냈으며, 가수 겸 프로듀서 그레이가 작곡에 힘을 보탰다. 솔직 담백한 가사도 인상적이다. '나 홀로'는 쉼 없이 달려오며 다졌던 마음가짐과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홀로 있을 때의 고독한 감정을 녹여낸 곡으로, 구준회 표 가사로 대중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이 곡은 귀를 사로잡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밴드 사운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시점 가요계에 내기에 적합한 곡이었다. 구준회는 음악 방송에서 직접 일렉 기타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노래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 실력까지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며 올라운더 아티스트인 구준회의 실력을 강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빛을 본 활동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구준회는 아이콘으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 그리 높게 쌓진 못했다. 아이콘은 데뷔 초반 팬덤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보였지만, 작사 및 작곡에 큰 역할을 해온 핵심 멤버 비아이의 마약 논란으로 주춤했다. 이어 바비가 2021년 결혼과 2세 소식을 동시에 전하며 그룹의 코어 팬덤을 크게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그룹 출신 솔로의 이점은 그룹의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구준회는 이런 점을 누리지 못한 셈이다.
두 사람은 과거 YG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에 함께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이승훈은 위너로, 구준회는 아이콘으로 데뷔해 각각 10년과 9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티스트로서 달려왔다. 오랜 기간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음원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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