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을 달군 영상이 있다. 어반자카파의 멤버이자 가수 조현아가 오랜만에 솔로로 컴백한 ‘줄게’ 무대 영상이다.
이 무대는 의상, 표정 연기, 라이브 실력, 음악이 모두 당황스럽다는 반응으로 유명해졌다.
이렇게 어떤 콘텐츠 하나가 유명해지면 댓글 창에는 누가 더 웃기게 조롱하는지 대결이 벌어진다. 콘텐츠만큼이나 조롱하는 댓글도 화제를 모은다.
대상을 비웃고 조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유명인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을 ‘휴밀리테인먼트(humilitainment)’라고 한다. 창피(Humili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다.
기획 자체가 조현아와 안 어울린다는 의견은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가 이상하다’, ‘자기객관화가 안 됐다’는 반응으로도 갈음할 수 있다.
화려하고 색감 있는 의상을 예쁘지 않다고 지적하거나, 무대에 함께 선 댄서들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소박해서 더 튄다는 지적도 높은 추천 수를 얻는다. 즉 미감이 거슬린다는 뜻이다.
조현아는 1인 기획사라서 이 헤메코가 다 본인 취향이라는 주장은 그를 기획의 피해자로 동정할 가능성마저 봉쇄한다.
이것이야말로 ‘줄게’ 무대가 가장 큰 조롱을 받는 이유이다(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있긴 한데, 후술한다).
‘줄게’를 둘러싼 조롱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는 악령…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여자가, ‘어울리지 않는 옷과 메이크업을 하고’, 종국에는 ‘추구미’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 것을 들켜서 우스꽝스러워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공포를 반영한다.
언제나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에 대한 환호와 ‘쌤통 심리’가 젠더화되어 있다.
조현아는 데이팅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남아선호사상 발언을 했다가 반발을 산 적 있다.
논란이 되자 그 자신이 차별당하며 살았던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이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졌고, ‘줄게’ 무대에는 ‘남자만 밥 더 많이 주는 식당 사장님 같아요’라거나 ‘남미새’라는 댓글이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가수를 조롱하는 것은 성차별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의식과는 무관한 구실이다. 도덕적 흠결은 조롱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당하기도 한다. ‘쌤통이다’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이 덜어지고 나쁜 사람을 심판한다는 효능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조롱에는 자신이 비친다.
여성 연예인이 망신당하는 것을 볼 때의 재미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왜 누군가는, 혹은 ‘나’는 어떤 여성의 욕망이 가시화되었을 때 공감성 수치를 느끼는 것일까.
어떤 행동은, 정말 그만큼 조롱당할 만한 것일까.
가사 전문: https://naver.me/FeXUx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