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15세 이상만 현장 방청을 가능하게 해 10대 K팝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엠넷 ‘엠카운트다운’, SBS M ‘더 쇼’, MBC M ‘쇼 챔피언’ 등 방송사 순위 프로그램은 15세 이상 시청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장 및 사전 녹화 방청 역시 “티켓 소지여부와 상관없이 만15세(2009년생) 미만은 입장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이는 2010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등급조절에 따른 것이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지상파 3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등급조정을 권고했다. 그 해 7월부터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는 시청 등급을 12세 이상에서 15세 이상으로 변경했다. 케이블 채널 음악순위 프로그램들도 시청 가능 연령을 15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약 15년 동안 15세 미만 시청 연령 제한이 유지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현장 방청을 시청 연령층과 같게 15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형평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 연령과 현장 방청 연령이 다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며 “모든 뮤직비디오는 영상등급분류제도 때문에 12세, 15세, 19세 등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음악방송은 ‘15세 미만 시청불가’ 곡과 가수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방청객 나이도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악방송 관계자는 “음악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15세 미만 관객은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개별 가수의 콘서트는 보호자 동반이 가능하지만 음악방송 방청의 경우 추첨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보호자 동반이 어려워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여 년 전 상향 조정된 시청 등급이 현재 트렌드와 맞지 않을뿐더러 K팝 팬들의 연령층도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등의 출입을 막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규율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걸그룹 아이브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로우틴’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콘서트에도 부모를 동반한 초등학생 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팬들의 연령층이 현저히 낮다.
해외에 거점을 둔 유튜브나 틱톡 플랫폼은 국내 심의 분류 없이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업로드 할 수 있어 15세 미만 팬들도 손쉽게 아이돌 콘텐츠를 접한다.
설상가상 지상파 방송사들은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음악방송 무대 영상을 게시한다. 아이돌 멤버별로 ‘직캠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이같은 영상은 15세 미만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현장 방청을 15세 이상으로 받는 건 무용지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음악방송 현장방청의 심의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은 초등학생 팬들도 앨범 구매는 물론 아이돌 커버 댄스 등을 쉽게 따라한다”며 “유튜브를 통해 직캠 영상이나 무대영상을 쉽게 접하는데, 현장방청이 불가라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상파 음악방송은 불특정 다수의 접근이 쉽기 때문에 범용적인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규제와 권고사항이 필요해 보인다. 방송가뿐만 아니라 모든 플랫폼들이 각자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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