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우연일까>라는 작품이 가진 밋밋함 때문이다. 제목이 〈우연일까>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에 우연적 상황들이 너무 많다. 첫 회만 하더라도 우연히 소개팅 자리에서 10년 만에 마주친 것이야 도입부분이니 그럴 수 있다 싶다. 하지만 일 때문에 귀국한 강후영(채종협)이 국내에서 살게 된 집이 이홍주(김소현)와 같은 집(윗층 아래층)이라는 사실이나, 이홍주가 과거 사랑했지만 갑자기 떠난 후에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방준호(윤지온)가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연히 한 행사장에서 만나는 상황까지 너무 많은 우연들이 겹쳐진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는 그 우연을 계기로 이어지는 클리셰의 연속이다. 방준호는 결국 시청자들이 쉽게 예상한 대로 이홍주가 일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와 일하려 하고(그것도 이홍주와 함께), 강후영은 뒤늦게 나타나 이홍주에게 대시하는 방준호를 막아주기 위해 괜스레 이홍주와 친한 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과거 고등학생 시절에 이홍주가 방준호의 면회를 갈 때 강후영이 가려던 서울 대신 철원행을 동행하게 되고 거기서 벌어지는 해프닝들도 너무 우연과 익숙한 설정들의 반복이다.
방준호에게 고백을 못해 절망한 이홍주가 라면 먹으러 가서 라면이 너무 맵다며 우는 장면이나, 마지막 버스를 잡으려 뛰다가 이홍주가 넘어져 버스를 놓치는 장면 같은 건 너무 익숙한 클리셰라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들마저 몰입이 잘 안된다. 마치 그렇게 해야 하는 공식을 수행하는 것처럼 여겨져서다. 또 강후영이 결국 돌아가려 공항을 향하다 이홍주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김혜지(김다솜)로부터 듣고 차를 돌려 병원으로 달려가는 장면도 그리 새롭진 않다.
한 회 분량 동안 이처럼 익숙한 클리셰와 우연들을 반복하고 있어서인지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잔잔하다 못해 지루해진다. 결국 그 변죽을 계속 때리다 마지막 장면인 강후영이 이홍주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고 쿵쿵 울리는 그 소리를 느끼게 해주며 "별일? 이래도 별일 아니야?"라고 묻는 장면 하나가 그나마 시청자들을 주목하게 만들었지만 그 빌드업 과정이 너무 뻔해서 감흥이 효과를 제대로 내는 지는 의문이다.
1년 반의 시간을 거쳐 뒤늦게 해동된 〈우연일까>가 채종협의 인기 때문에 편성됐다 여겨지는 건 이 작품이 그간 편성되지 못했던 약점들이 분명하다는 걸 스스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이렇게 뒤늦게 해동된 〈우연일까>의 방영은 채종협에게는 과연 득이 되는 일일까. 〈아이 러브 유>가 만들었던 그 참신한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 〈우연일까>로 인해 다시 평범하게 보이는 채종협의 모습은 어딘가 실이 더 많아 보인다.
복합 장르 같은 것들 대신 '순수한 로맨스'를 담았다는 제작진들의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로맨스가 어딘가 색다르고 분명한 임팩트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제목처럼 우연만 반복되고 어디서 봤던 익숙한 클리셰들로만 채워서는 생겨나기가 어렵다. 횹사마라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채종협으로서는 〈우연일까>의 뒤늦은 해동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다.
https://v.daum.net/v/20240730114603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