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처음으로 일부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들의 이념 지형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동성 부부와 사실혼 이성 부부가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봤고,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혼인의 본질을 이성 간 결합으로 판단한 가운데 중도 성향 대법관들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 것이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사실혼 관계 동성 부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19일 “사건이 동성 부부의 성격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념 성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며 “중도 중심 ‘조희대 대법원장’의 성격이 잘 드러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봤을 때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13명의 의견은 9 대 4로 갈렸다.
진보 성향 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 대법관과 중도 성향 조희대 대법원장, 서경환·신숙희·엄상필 대법관이 다수 의견을 구성했다.
이들은 “동성 동반자는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 사실혼 관계와 차이가 없다”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줘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수 성향 이동원·오석준 대법관과 중도 성향 노태악·권영준 대법관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