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식] [단독] 성관계 빌미로 강요, 호텔서 와인 절도… '마약 동아리' 회장에 '터질 게 터졌다'

| 동아리 회원 상대로 협박… 벌금 300만 원

| 마트, 호텔에서 술 훔친 혐의로 집행 유예

| 2022년 동아리 범죄 폭로한 '대피소' 등장

[정보/소식] [단독] 성관계 빌미로 강요, 호텔서 와인 절도… '마약 동아리' 회장에 "터질 게 터졌다"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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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명문대생들이 모인 연합동아리 안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회장 A(31)씨가 이전에도 성관계 폭로를 빌미로 동아리 회원에게 특정 행위를 강요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당시 그는 절도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대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동아리와 A씨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피해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7월 7일 A씨가 동아리 회원 B씨를 상대로 한 강요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B씨와 2022년 7월 21일 동아리 아지트로 쓰이던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성관계를 했다. 이후 B씨 남자친구가 A씨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자 A씨는 '남자친구가 글을 내리도록 하지 않으면 성관계한 사실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B씨를 협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해악의 고지로서 협박에 해당하는 게 분명하다"며 이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이 게시글로 피해를 입고 있더라도, 피해자에게 강요의 수단으로 성관계 폭로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고, 피해자로 하여금 남자친구를 설득하게 하는 방법 외에 다른 수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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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 와인·샴페인 훔치는 등 기행

재판부는 특히 A씨가 당시 별건의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점을 무겁게 봤다. 그는 앞서 2021년 절도죄 등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서울 영등포구의 대형 마트에서 스피커와 유명 여행가방 등 약 35만 원어치를 훔치고, 서울 강남구 고급 호텔에 있는 창고에서 263만 원 상당의 와인과 샴페인 등 주류 34병을 절취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 뿐 아니라 A씨는 올해 4월에도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 마약류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9세 여성을 상대로 나체 사진 등을 찍게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의 공판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던 중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해 이번에 적발된 동아리 내 마약 범죄를 밝혀낸 것이다.

A씨와 일부 동아리 회원들의 일탈은 대학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리 홍보 플랫폼인 '캠퍼스픽'에는 2022년 만들어진 해당 동아리 전용 폭로 게시판도 있었다. 동아리명 초성에 '대피소'를 붙인 해당 게시판에는 "오티(오리엔테이션)에서 난동, 소란. 주민받고 출동한 경찰에 소리지름" "'그 사람' 클럽에서도 여자면 물불 안가리고 눈 돌아갔다" "범죄사실 전부 덮고 회비로 변호사 비용 지출하고"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드디어 터졌네 언제쯤 터지나 했다" "작년인가 동아리 문제있어 보인다고 에타에서 공론화된 곳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세대 출신 카이스트 대학원생인 A씨는 서울대, 고려대 등 수도권 명문대생들을 중심으로 2021년 친목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후 A씨는 2022년 11월 처음 마약을 투약한 뒤 동아리 임원들부터 시작해 회원들에게 마약을 권했다. 이어 일부 회원들과 도모해 시세의 반값에 마약을 산 뒤 다른 회원들에게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A씨를 비롯해 연합동아리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 투약한 혐의로 6명을 기소했다. 이 동아리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을 싸게 입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아파트 이용, 변호사 무료 상담까지 가능하다고 내세워 회원을 끌어모았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