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김 위원장이 범행 계획을 보고받은 뒤 최종 승인했다는 여러 정황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특히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 매수를 발표한 이후 카카오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SM엔터테인먼트를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이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주식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지난 8일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시세 조종)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김 위원장의 공소장에서 그가 6차례에 걸친 카카오 투심위, 내부 회의 등에서 배 전 대표 등 경영진에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고 받고 최종 승인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배 전 대표에게 작년 1월 30일 SM엔터 경영권 인수 계획을 처음 보고 받았다. 당시 60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지분 26.5%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SM엔터 경영권 인수는 좋은 기회”라며 “보안을 잘 유지해 SM엔터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하이브가 작년 2월 초 SM엔터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카카오와의 경영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뒤, 2월 10일부터 30일까지 SM엔터 주식을 1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이에 배 전 대표는 작년 2월 10일 긴급 개최한 투심위에서 회사 법인 자금 42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하이브 공개 매수를 저지하고 SM엔터 경영권을 인수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배 전 대표는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를 SM엔터 주식 장내 매수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엔터를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인 2월 15일 투심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어 장내 매수 기간 마지막 날인 같은 달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투심위에서 배 전 대표가 “카카오 자금으로 SM엔터 주식을 장내매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승 기자 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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