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협회 측이 부상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작심 발언을 한 뒤에, 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줘야 할 종목 단체에 의무위원회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데도 만약에 다치면 사실상 알아서 치료해야 한단 이야기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하고 올림픽에 파견하는 대한체육회 산하에는 모두 67개 종목 단체가 있습니다.
SBS가 확인한 자료를 보면 이 가운데 의무위원회가 설치된 단체는 23개에 불과하고, 의무위원 명단까지 있는 곳은 13개뿐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의무위원까지 갖춘 단체가 20%도 채 되지 않는 이유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있습니다.
각 협회의 재량에 따라 의무위 설치와 의무의원 구성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의무위원까지 있는 단체도 대부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협회의 경우 치과의사 3명, 트레이너 4명 등 10명으로 구성된 의무위원회가 있지만 안세영 선수가 지난해 무릎을 크게 다친 뒤 병원에서 이뤄진 두 차례 검진과 지난달 파리 현지에서 한의사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음성 변조) : 통상은 소속팀, 거기(선수 치료)에 대해서는 본인 몫으로 넘겨요. 특히 세영이는 삼성(생명)이니까.]
이처럼 협회 산하 의무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지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다칠 경우 본인이 알아서 치료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배하석/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 : 스포츠 손상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부상에 대한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현재 국가대표 선수를 관리하는 의무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의 안세영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대표의 부상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18028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