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명가로 불리던 대형 엔터사들이 K팝 장르 확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트로트가 자리잡고 있다.
SM(SM엔터테인먼트)은 오는 4분기를 목표로 트로트 아이돌을 준비 중이다. TV조선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T-5'의 일환으로, 멤버들은 '미스터트롯' 출신, K팝 연습생, 배우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성장 스토리는 한국과 일본에서 TV 프로그램으로 공개될 예정. TV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전국투어 콘서트도 진행한다.
K팝 아이돌 위주의 대형 엔터사에서 트로트 가수를 론칭하는 건 이례적이다. SM은 지난해 3.0 전략을 발표하며 장르 확장을 선언한 바. 이미 산하 레이블을 통해 클래식, 댄스 뮤직(EDM), 컨템포러리 알앤비로 영역을 넓힌 가운데, 이번엔 트로트를 추가해 장르의 다양성을 가져가겠단 계획으로 풀이된다.
JYP엔터테인먼트도 트로트 가수 탄생을 기대해 봄 직하다. 독립 법인 자회사 INNIT(이닛)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해 이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키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닛 엔터테인먼트는 박진영이 KBS와 손잡고 진행하는 신규 예능 프로그램 '더 딴따라'를 통해 발굴된 엔터테이너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K팝뿐만 아니라 발라드, 트로트, R&B 등 음악 장르 폭을 넓힐 전망이다. 이 경우 K팝 아이돌은 물론 발라드 가수, 트로트 가수 등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요계는 트로트를 매력적인 카드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장르로 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팬덤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방송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이 성공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후 '미스터트롯'(TV조선), '트롯 전국체전'(KBS), '트롯신이 떴다'(SBS), '트로트의 민족'(MBC), '보이스트롯'(MBN) 등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최근 몇 년 국내는 트로트 열풍으로 뜨거웠다.
트로트 가수들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임영웅, 송가인, 이찬원, 손태진, 안성훈 등은 모두 20~30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정동원, 전유진, 김다현, 김태연 등 10대 가수들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젠 아이돌 활동을 하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사례도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민호, 성민, 강혜연, 허찬미 등은 모두 아이돌 출신이다.
트로트 가수와 팬층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은 커졌고, 이 장르는 곧 돈이 되는 창구가 됐다. 임영웅 1인 기획사인 물고기뮤직은 지난해 매출액 360억5670만원, 영업이익 113억5981만원을 기록했다. 임영웅 혼자 이 정도의 실적을 낸 것. 공연 규모도 상당하다. 올 5월 트로트 가수 최초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진행하며, 총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올 3월 개봉한 임영웅 공연 실황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60억5971만원의 극장 수익을 벌었다.
대형 엔터사들이 트로트 시장에 뛰어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국내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트로트 장르에 뛰어들면서 장르를 넓히는 동시에 팬덤을 넓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엔터사가 K팝으로 청년층 팬덤을 끌어모은 데 이어 이젠 트로트로 부모 세대까지 끌어올 수 있다면 수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더불어 트로트에 K팝 공식이 적용된다면 아이돌을 만든 노하우와 트로트 장르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이돌 기획사들이 K팝을 넘어 영역을 꾸준히 넓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트로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응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 보인다. 단순 장르 확장에서 끝나지 않고 세대 확장까지 이어진다면 엔터사와 트로트 모두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K팝 엔터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레이블을 확장하는 과정에 있다. K팝으로 기대하는 고정 수익은 이제 예상이 되는 상황 속 (국내에서) 트로트 경연이 많아지면서 한국 인기 장르를 총괄하는 포맷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며 "최근 트로트 팬덤 파워가 무시하기 어려운 정도로 성장했다. 더불어 K팝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국내 시장을 소홀히 한다는 거였는데 트로트로 국내 시장에서 접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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