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첫방송 TV조선 드라마 ‘DNA 러버’ 주인공 최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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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요.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제 목표입니다.”
이렇게 뻔한 ‘모범 답안’이 또 있을까. 너무 당연해서 평범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이 남자가 내뱉으면 더 귀 기울이게 된다. 혹시 저 문장 뒤에 일부러 ‘웃음 포인트’를 심어 놓은 건 아닐까, 진중한 표정으로 일관하다가 난데없는 성대모사나 몸개그로 건조한 분위기 틈새를 파고드는 것 아닐까 같은 것들.
반듯한 얼굴로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 최시원(38)이다. 2005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로 데뷔해 지금도 무대를 누비는 ‘20년 차 현역 아이돌’이자 데뷔 20년 차 배우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 자기주장 뚜렷한 이목구비로 ‘미남의 정석’으로 불리며 K팝 세계화의 문을 열었던 그가 이제는 ‘똘끼’ 다분한 개성파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인으로 우뚝 섰다.
17일 오후 9시 10분 처음 방송되는 TV조선 새 주말 미니시리즈 ‘DNA 러버’ 주인공을 맡아 자신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13일 열린 제작 발표회 현장엔 국내뿐 아니라 대만·일본 등에서 온 취재진이 몰려들며 그의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최시원이 맡은 역할인 산부인과 의사 심연우는 임산부와 아기에게는 한없이 자상해지며 부성애와 모성애까지 쏟아내지만 연애에선 차갑고 모질게 돌아서는 역할. 그는 극중에서 유전자를 통해 완벽한 짝 찾기에 집착하는 유전자센터 연구원 한소진(배우 정인선)을 상대로 감성의 냉·온탕을 바삐 오간다. 최시원은 “나쁜 남자와 못된 남자, 그 중간 즈음의 캐릭터가 다른 배역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포착된다”면서 “코믹한 장면 속에서도 묵직한 사회적 주제들을 던지는 것이 이전 드라마와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2005년 KBS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류수영의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단막극이나 미니시리즈의 단역·조연을 가리지 않고 경력을 쌓았다. 2010년 ‘오! 마이레이디’(SBS)에서 ‘발연기를 연기’하는 꽃미남 스타 역할로 큰 웃음을 준 이후 2015년 황정음과 호흡을 맞춘 ‘그녀는 예뻤다’(MBC)에서 ‘똘기자(또라이 기자)’ 콘셉트를 선보였고, ‘술꾼도시여자들1·2′(2021~2022·티빙), ‘얼어죽을 연애따윈’(2022·ENA) 등을 통해 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다정다감한 ‘츤데레’ 역할을 능숙하게 해냈다. 눈·코·입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그렇게 얼굴 쓸 거면 나 줘’라는 유행어를 달고 다니게 하더니,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100㎏의 거구로 변신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사기꾼 출신 정치인(KBS ‘국민 여러분!’) 복수심에 가득 찬 건방진 재벌 3세(넷플릭스 ‘사냥개들’) 같은 개성 강한 역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릇론(論)’으로 자신의 연기관을 설명했다. “역할에 맞게 캐릭터를 연구하고 변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준비된 그릇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깨끗하게 정돈된 그릇은 모양새가 그리 썩 훌륭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거기에 무엇을 담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휘황찬란하게 금으로 치장된 그릇이라도 더럽게 놔버린다면 누가 거기에 음식을 담고 싶어 하겠어요.”
최시원은 또 “20년간 응원해준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한때라도 저희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당시를 돌이켰을 때 ‘내 청춘의 한 부분이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참 멋있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사는 것이 대중문화인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제든 망가질 수 있게 준비된 자세를 지니는 것도 시청자를 향한 자신만의 약속이라고 했다. “찌든 일상에 저희를 통해 즐거움을 찾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엔터테인’이란 말이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잖아요. 저희가 그렇게 만들어드리는 사람이고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시원하게 웃으시고 위로받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여러분의 근심과 걱정, 마음의 부채는 모두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최시원
2005년 보이 그룹 ‘슈퍼주니어’로 데뷔했다. 같은 해 배우로도 데뷔한 20년 차 가수 겸 배우다. 슈퍼주니어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드라마 연기로 ‘연기돌(연기+아이돌)’이란 별칭을 얻었다. 각종 기부에도 나서 2019년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친선 대사로 임명됐다.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