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식 BBC 리얼리티쇼 '메이드 인 코리아': 영국 보이밴드가 케이팝을 만났을 때

| 덱스터, 블레이즈, 리스, 제임스, 올리가 쇼에서 활약한다

수백만 명의 열광적인 팬. 전 세계적인 주목. 수조 원 규모의 비즈니스. 아니, (이번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다. 바로 K팝에 관한 얘기다.

지난해 세계에서 음반과 음원이 가장 많이 소비된 가수 톱10 중 한국 가수가 4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제 영국인들도 그 흐름에 합류하려 한다.

영국 신생 보이 밴드 '디어 앨리스'가 BBC One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메이드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리언스'(Made in Korea: The K-Pop Experience)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블레이즈와 덱스터, 제임스, 올리, 리스는 디어 앨리스의 멤버다. 앞으로 이들의 이름을 더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은 각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기 전까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고, 프로그램 제작진에 의해 밴드로 결성됐다. 다섯 명의 신인은 한국의 수도 서울로 날아가, 스타의 반열에 오르길 꿈꾸며 100일간의 혹독한 K팝 훈련을 받았다.

대부분의 K팝 훈련은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 이 소년들은 용기 없는 사람들은 해내지 못할 경험을 했다. 긴 시간 동안의 보컬 코칭과 정교한 안무 훈련, 그리고 약간의 한국 관광까지 더해진 경험이었다 (TV로 방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관광공사도 반길 일이다)

| 윤희준 씨는 K팝 업계 주요 인사로 손꼽힌다

이 6부작 시리즈는 BBC와 K팝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문앤백 미디어가 협력해 만들어졌다. 문앤백은 TV 베테랑인 던 에어리, 나이젤 홀, 러스 린제이가 운영하는 곳으로 주요 제작 프로그램으로는 '엑스 팩터', '브리튼즈 갓 탤런트', '새터데이 나이트 테이크어웨이' 등이 있다.

K팝 전문가 윤희준은 지난 20년간 최고의 K팝 밴드들을 탄생시킨 인물로, 매주 디어 앨리스의 공연을 평가하며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BBC의 무대본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는 케이트 필립스조차도 윤희준이 “사이먼 코웰을 메리 포핀스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전 엑스 팩터 심사위원장인 사이먼 코웰도 제작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보이 밴드를 직접 발굴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첫 에피소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윤희준은 첫 주부터 가차 없는 비판으로 멤버들에게 큰 경각심을 심어준다. 그는 "안무 수준이 너무 기초적이라 유치원 수준이다"라고도 말한다. 이런. 그의 표정만으로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지도 모른다.

| 멤버들이 'K팝 카우보이' 관광 가이드를 따라 서울을

| 구경하고 있다

멤버들은 프로그램 도중 그만두고 싶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춤과 뮤지컬 학사를 취득한 선덜랜드 출신 올리 퀸(20)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확실히 언론 대응 교육도 엄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음반 계약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밝히지 않았으며, 그저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만 말하며 모든 노력과 혹독한 피드백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공부한 런던 출신 덱스터 그린우드(22)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며 "SM의 모든 사람이 우리를 많이 도와줬지만, 우리가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소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윌트셔 출신으로 유람선 공연을 했던 리즈 카터(20)는 "처음엔 큰 충격이었지만, 훌륭한 복지팀이 있었고 모든 것이 사랑으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솔직하다. 나는 피드백을 즐긴다. 그들은 우리 편이다. 우리에게는 복지와 인생 상담 코치, 항상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리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잔인하게 솔직했지만, 우리에겐 필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화에서 보여준 밴드의 공연과 나중에 기자들이 시사회에서 본 후반부 영상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 19살 블레이즈는 남부 런던에 있는 브릿 스쿨을 다녔다

도연수(코코)는 K팝 댄서이자 안무가로, 영국 최초의 K팝 걸그룹으로 꼽히는 카치(KAACHI)의 전 멤버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BTS나 블랙핑크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성공적인 그룹을 만드는 핵심은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K팝 훈련은) 매우 치열하고 경쟁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의 팝 그룹과 K팝 그룹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는 후자가 더 철저히 제작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K팝 그룹은 더 그룹처럼 활동하며 개인보다 그룹의 정체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K팝 스타 지망생들의 매우 엄격하고 살인적인 훈련 제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후, 한국 언론은 K팝 연습생과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의 계약에서 일부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더 케이팝 익스피리언스’ 시리즈 제작진은 연습생들의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헬렌 우드는 애스턴 대학교의 미디어 및 문화 연구 교수로, TV에서의 주의 의무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몇 명의 리얼리티 스타가 자살로 사망한 후 방송법에 대한 의회 조사와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 협의가 있었다. 2020년에는 미디어 감시기구에서 TV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우드 교수는 “이제 제작진은 제작 과정에서 참가자의 복지, 존엄성, 웰빙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졌다"며 “2021년 이전에도 규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규제가 있다"고 했다.

교수는 새로운 오프콤 규정에 따라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참가자들에 대한 주의 의무가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무대 뒤 제작 과정의 일부를 보여줌으로써 참가자들이 적절하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밴드 멤버들의 복지는 훈련 과정의 중심에 있었다"며 "강력한 지원팀이 배치됐으며, (밴드의 복지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리스는 멤버들이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다고 말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습니다. 복지팀이 있어서 좋았지만, 저희는 그룹으로서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굳이 그들을 찾을 필요가 없을 때가 많았어요."

런던 출신의 블레이즈 눈(19)은 밴드의 막내지만 모든 것을 잘 헤쳐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브릿 스쿨을 졸업했으며, 가장 자신감 있는 멤버로 보인다.

블레이즈는 영국 밴드로서 한국의 훈련 시스템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경험이 "정말 행운이었다"며 "하이브리드 퓨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이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보이 밴드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고 한다.

허더스필드 출신의 제임스 샤프(23)는 틱톡에서 5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샤프 쌍둥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웃으며 보이 밴드가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쿨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반면 덱스터는 항상 보이 밴드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올리는 K팝 팬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모로부터 K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 이 기회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밴드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올리가 제안한 '브리티시 불독스'는 금세 무산됐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디어 앨리스’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모두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 이름이 그대로 밴드의 이름으로 채택됐다.

블레이즈는 "'디어'는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의미이고, '앨리스'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더 중요한 것은, 이 레스토랑이 "세계 최고의 비프웰링턴을 팔았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형적인 K팝 그룹은 아니지만, 디어 앨리스는 K팝과의 문화 융합이 성공의 비결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리언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영국시간으로 오는 17일 오후 5시15분 BBC One과 BBC iPlayer에서 시청할 수 있다.

추가 취재: 루치라 샤르마, 엠마 사운더스 문화 전문 기자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g58qjmd0m5o?xtor=AL-73-%5Bpartner%5D-%5Bnaver%5D-%5Bheadline%5D-%5Bkorean%5D-%5Bbizdev%5D-%5Bisapi%5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