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K-팝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 곡을 다 들어도 컵라면이 안 익는다. 3분은 물론, 2분 30초조차 넘기지 않는 곡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한 곡을 들으려면 3분 30초에서 4분 정도가 소요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 아티스트들은 짧은 곡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7월 미니 앨범 'ATE'(에이트)를 발매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Chk Chk Boom'(칙칙붐) 음원 2분 28초다. 솔로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락스타'는 2분 18초에 불과하다. 음원 길이가 2분 30초를 넘기지 않은 것.
5세대 보이그룹 대표주자로 자주 언급되는 라이즈와 투어스의 타이틀곡도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지난 6월 발매 이후 아직까지도 멜론 차트 '탑100' 순위권을 지키고 있는 그룹 라이즈의 'Boom Boom Bass'(붐붐베이스)는 2분 33초에 그친다. 투어스가 같은 달 선보인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도 2분 48초로, 3분을 넘기지 않았다.
'원조 서머 퀸' 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은 지난 12일 1년여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효린의 디지털 싱글 'Wait'(웨잇)은 이지리스닝을 기반으로 포인트를 살린 곡으로, 2분 54초에 그친다. 그룹 방탄소년단 지민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지난 7월 발매한 'Who'(후)도 2분 51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곡 중에서는 재생 시간이 3분에 가까운 이들의 곡이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
해외와 국내 중 어느 곳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느냐에 따라 강렬한 음악과 이지 리스닝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다만 장르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곡의 재생 시간이 짧아지고, 후렴구가 단순화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행 중인 틱톡, 릴스 등 숏폼 콘텐츠가 아이돌의 음악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짧은 곡은 나날이 강렬해지는 K-팝 퍼포먼스와도 찰떡궁합이다. 단시간에 집중해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으로 통했다. 라이즈와 투어스는 17일 오후 3시 기준 각각 멜론 '탑100' 23위와 26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했다. 팬덤 위주로 흘러가는 남자 아이돌 그룹 특성상 국내 음원 차트에 이들이 이름을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해당 곡들이 대중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한 곡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이 키즈는 'ATE'와 타이틀곡 'Chk Chk Boom'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들은 지난 8월 3일 자 빌보드 메인 차트 '빌보드 200'과 '아티스트 100'에서 동시에 1위를 거머쥐었다. 팝 시장 대중성 확보의 주요 지표로 평가되는 '핫 100'에서는 49위를 차지했다.
짤막한 곡을 선보인 아티스트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한 짧은 곡으로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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