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엔터(182360)는 (여자)아이들과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정점을 찍은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회사의 유일한 대형 IP인 (여자)아이들 멤버들과의 동행까지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여자)아이들 멤버 소연은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세 번째 월드투어 '2024 (G)I-DLE WORLD TOUR [iDOL]' 공연에서 자작곡 'Is this bad b****** number?' 무대 도중 '11월 전속계약 종료. 누가 날 막아'라는 랩 가사를 선보였다. 이 가사는 전광판에도 떴고, 팬들 사이에선 현 소속사인 큐브엔터와의 재계약 불발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실제로 (여자)아이들은 올해 데뷔 7년 차로, 회사와 재계약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재계약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팀의 중심축인 소연이 선보인 파격 퍼포먼스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에 큐브엔터 측은 재계약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속사와 사전 협의가 된 퍼포먼스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소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퍼포먼스와 관련해 거짓이 없을뿐더러 회사에 내용을 숨기지도 않았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회사의 미흡한 부분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큐브엔터도 뒤늦게 퍼포먼스와 가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고, 계약 종료 시점이 11월인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회사와 아티스트의 불협화음에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큐브엔터의 주가는 콘서트 직전(8월2일)과 비교했을 때 일주일 사이 5.8% 하락했다. 재계약 이슈에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거다. 종목토론방에서도 "아무리 희망회로 돌려봤자 (여자)아이들에서 전소연 나가면 (여자)아이들도 큐브도 희망이 없다" 등 주주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는 2분기 실적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후퇴한 성적을 받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51억461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줄었다. 올 1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정점을 찍었지만, (여자)아이들이 그룹 활동을 쉬어간 사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큐브엔터로선 (여자)아이들 외 IP 대안이 없는 상태다. 펜타곤 멤버 중 여섯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향후 그룹 활동은 불투명한 상황이고, 2021년 데뷔한 걸그룹 라잇썸, 올 4월 데뷔한 보이그룹 나우어데이즈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수익처는 (여자)아이들뿐.
결국 이 팀의 재계약은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계약 기간이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양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건 물론, 이 과정이 고스란히 외부에 공개됐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는 아니다. 특히 (여자)아이들 곡 대부분을 프로듀싱해온 소연이 이탈한다면 타 멤버들의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그룹 존속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팬들과 주주들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도 당연하다.
회사는 과거에도 아티스트와 소통 문제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소속 아티스트였던 현아와 던의 열애설이 제기되자 회사는 이를 부인했으나 현아가 직접 나서 열애를 인정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두 사람이 큐브엔터를 떠나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는 아티스트와의 소통부터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미숙한 모습을 노출했다.
소속 아이돌과의 재계약이 순탄하게 이뤄진 사례도 거의 없었다. 포미닛은 데뷔 7년 만에 해체했으며, 비스트는 멤버 모두가 회사를 떠나 하이라이트라는 새 그룹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나마 비투비는 한 차례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두 번째 재계약은 실패, 이들도 다른 곳에서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이같은 선례로 인해 큐브엔터의 (여자)아이들 재계약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 여기에 소연의 재계약 언급, 소속사와의 갈등까지 알려지며 팬과 주주들의 불안함은 커지고 있다. 회사의 현 상황을 보면 (여자)아이들은 반드시 잡고 가야 하는 IP다. 큐브엔터도 현재 멤버들과 재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내년 이맘땐 과연 누가 그 품에 남아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싶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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