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의 악습을 조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사무조사를 넘어 협회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문체부는 당초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협회에 대한 사무검사를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국가 보조금이 투입된 사업에서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를 확대했다. 문체부는 김택규 협회장의 ‘갑질’과 요넥스로부터 받은 ‘셔틀콕 30% 페이백’은 물론 승강제 기념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의혹을 새롭게 파악해 이를 살펴보고 있다.
22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문체부는 사무조사와 감사를 위한 자료를 확보 작업을 마쳤고, 조만간 이를 토대로 협회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10명으로 이뤄진 조사단을 꾸린 문체부는 그동안 민법에 따라 주무관청으로서 협회 사무의 검사와 감독 권한을 활용해 협회의 문제를 살펴봤다. 이를 통해 잘못된 관행 등을 바로잡겠다는 게 목표였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협회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을 위반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해 감사를 진행하게 됐다.
문체부는 세계일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김 회장의 갑질에 대해 조사했다. 김 회장은 휴일에도 직원을 개인비서처럼 부리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제보가 문체부에 전달됐다. 여기에 김 회장이 폭언뿐만 아니라 직원을 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김 회장이 누군가를 때리는 영상을 가진 직원의 이름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30% 페이백도 논란이 됐다. 협회는 요넥스로부터 지원 물품의 30%를 추가로 받는 ‘페이백 부속합의’를 맺었다. 셔틀콕 2만타가 지원되면 이 가운데 6000타는 협회의 몫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협회는 스폰서 측에 페이백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회를 치르는 각 시도협회에 배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협회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술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단체를 지목하며 셔틀콕을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담당 직원조차 어디에 얼마나 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이런 일이 잦았다”고 폭로했다. 문체부는 페이백이 이뤄진 점, 이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점, 또 회장 임의로 이를 사용한 점은 모두 보조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 중이다.
여기에 협회가 승강제를 운영하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협회가 텀블러 등 승강제 기념품 제작을 특정 업체에 맡겼고,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5월 승강제 리그 기념품 및 인쇄물 제작을 위해 8332만원을 쓰는 등 지난해 최소 2억5707만원을 지출했다. 제작업체는 협회의 기술평가 80%와 자격평가 20%를 토대로 선정했다. 제보자는 “김 회장이 측근으로 이뤄진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충남 서산의 한 업체에 텀블러 제작 등을 몰아줘 논란이 많았다”며 “사업추진위원회가 맺은 계약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김 회장은 위원회를 해산해 조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협회의 감사 결과에 따라 이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배드민턴은 야구나 축구처럼 팀 스포츠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승강제와 크게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종목”이라며 “보조금이 투입된 승강제 시행 이후 협회에 다양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과정부터 철저하게 조사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문체부는 자체 조사로 파악한 협회 내부 문제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 뒤 결과를 9월 중 발표할 방침이다.
세계일보 정필재·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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