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엔터사 지향하는 ‘이닛엔터’ 설립...자본금 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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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로 어닝쇼크를 맞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다방면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0여년 만에 국내에서 법인 형태의 엔터 레이블을 설립하고, 가수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를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JYP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기돌’(연기+아이돌) 육성에 재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JYP는 지난 6월 초 ‘이닛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JYP가 전액 출자했다. 이닛엔터 수장은 박남용 JYP 퍼포먼스 디렉팅 랩 실장과 윤재호 JYP 광고사업 실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JYP가 국내에서 법인 형태의 아티스트 레이블을 별도로 설립한 건 지난 2013년 흡수합병한 이후 처음이다. 회사는 그간 디어유·포레스트팩토리·위블링 등 엔터 산업과 관련한 곳엔 꾸준히 투자해 왔지만, 본업인 아티스트 육성·관리는 본체로만 수행해왔다. 회사 산하에 4개 제작 본부와 ‘스튜디오제이’라는 레이블이 있지만, 부서의 일종일 뿐 자본금이 투입된 법인 체제는 아니다. 이에 엔터 업계는 JYP가 구태여 본부 아닌 새 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JYP는 이닛엔터 설립 이유를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K팝·발라드·트로트·R&B 등으로 음악 장르의 폭을 넓히고, 솔로·듀엣·배우 등 각 분야의 엔터테이너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닛엔터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솔로 엔터테이너 매니지먼트로 점찍었다. KBS에서 올 하반기 방영할 오디션 프로그램 ‘더 딴따라’를 통해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지원 자격은 노래·춤·연기·예능이 모두 가능한 자다.
일각에서는 JYP가 과거 영위하던 ‘연기돌’ 육성 사업을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JYP는 현재 전문 배우를 별도로 육성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0년대엔 아이돌과 배우 간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추구한 바 있다. 두 분야 육성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용하며 다재다능한 신예를 발굴했고, 이 과정에서 음악과 연기를 겸업하는 아티스트들도 여럿 나왔다. 대표 사례로 가수 데뷔 2년차에 배우로 데뷔한 수지(미스에이)를 비롯해 2PM 멤버인 준호·택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JYP는 2019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배우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접게 됐다. JYP에서 해당 사업을 총괄하던 표종록 부사장이 독립해 ‘앤피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이 여파로 전문 배우 육성과 관련한 기능이 2020년 이후 마비됐다. JYP에 소속된 전문 배우는 당시 20여명에서 현재 신예은·김동희 등 2명으로 줄었고, 이들 마저도 앤피오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앤피오 독립 후 데뷔한 아이돌 중 음악과 연기를 전문적으로 겸업하는 아티스트도 없다.
JYP는 현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일단 주력 사업인 아이돌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팬덤 화력에 의존해 온 앨범 판매량이 업계 전반적으로 급감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와중에 JYP는 원가 통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대인 9.7%를 기록한 가운데, 회사의 핵심 지적재산권(IP)인 ‘스트레이키즈’ 재계약과 관련한 비용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엔터사는 아티스트 재계약에 투입된 자금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뒤, 이를 계약기간에 걸쳐 상각비로 반영한다. JYP는 핵심 IP인 스트레이키즈 재계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또 스트레이키즈에 대한 정산율도 JYP에 과거보다 불리한 조건일 것으로 추측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JYP의 올 2분기 아티스트 정산비용은 매출의 22% 수준이다.
결국 JYP가 이익률을 늘리려면, 회사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된 신인 아이돌이 대박을 터뜨리거나 혹은 아티스트라는 IP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다재다능한 아티스트가 다방면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면 더욱 유리하다. 현재 JYP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보이그룹을 론칭할 예정이지만, 수익성 개선이나 IP 다각화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JYP는 “이닛엔터를 통해 기존 회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빠른 수익화를 전망하고 있다”며 “개별 아티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유형의 아티스트 육성과 매니지먼트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기존 역량을 레버리지 해 신규 레이블 사업을 확대해 재무적 성과를 빠르게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JYP는 올 상반기 주요 아티스트의 활동이 부재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회사의 올 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하락한 2322억원을 기록했다. 동 기간 영업이익은 51.0% 감소한 43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여파로 회사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주당 5만1300원으로, 52주 신저가(장중 4만8300원)에 근접한 상태다.
뉴스톱 김태호 기자 theo@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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