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를 고의로 비싼 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성수 전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 부문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배임증재·배임수재·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전 대표 등은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처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게 해 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7년 설립 후 3년간 매출이 전혀 없던 바람픽처스를 거액에 인수하기 위해 카카오엔터 자금 337억원을 바람픽처스에 투입하고, 작가·PD 등을 영입했다. 그 후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처스의 지분을 400억원이라는 고가에 인수했다.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이 1억원 가량을 들여 세운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 자금 총 737억원을 들여 인수하게 해 거액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 등은 바람픽처스가 이 전 부문장 소유의 회사라는 사실을 카카오엔터에 알리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이를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가 바람픽처스를 먼저 인수하게 한 후 카카오엔터가 다시 바람픽처스를 인수했다고 봤다.
이 전 부문장은 이 인수과정을 통해 319억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했고, 범죄 수익으로 고가 아파트·골드바 등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표는 바람픽처스 인수 대가로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 5464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문장은 자신의 명의의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와 통장을 김 전 대표에게 건냈고, 김 전 대표는 해당 계좌에서 12억 5464만원을 사용해 미술품·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명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러한 수법이 “인수 관련 청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임원이 소유한 부실 회사를 거액에 인수하고 이를 통해 취득한 거액의 이익을 상호 분배한 사건”이라며 “기업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엄벌하고 기업윤리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의 변호인은 이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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