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구독자 400만 규모의 유명 유튜버들의 커뮤니티에서 집단 마약 투약 및 유통을 벌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조폭 출신으로 활동하는 구독자 26만의 유튜버 김모(33)씨를 마약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수차례에 걸쳐 지인 자택 등에서 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 마약 수천만 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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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합산 총 400만...유튜버 카르텔 수사 확대
유튜버들 및 아프리카 방송 BJ등 인플루언서들이 대규모 마약 인맥을 통해 마약 파티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보고 경찰은 수사를 유튜버들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포함, 그동안 합동 방송(합방)으로 친분을 과시한 유튜버들의 구독자수를 합산하면 4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협박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도 있다.
김씨로부터 마약류를 공급받아 투약한 16만 구독자수의 유튜버 박모(35)씨도 입건됐다. 이들은 박씨의 자택 등에서 3~4명 규모로 모여 마약 파티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함께 마약을 투약한 구독자들 및 유튜버를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사 임직원 등 10명이 입건된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마약 투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주변 여성 BJ 등이 대거 연루된 정황을 포착, 마약을 하고 집단 성관계를 벌였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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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춘천식구파 조폭...여성 BJ술 먹이고 도촬할 것”
김씨는 본인이 강원 춘천 지역에 본거지를 둔 ‘춘천식구파’ 소속 조폭이라고 유튜브 방송에서 밝혀왔다. 이 조직은 2011년 춘천지역 4개 군소 조직 통합으로 결성되고 도심에서 손도끼·쇠파이프를 동원한 혈투극도 벌여 경찰청 관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필리핀에 본거지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경기북부청과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의 공조수사 결과로 두목 A(48)씨 등 조직원 93명이 무더기 검거돼 사실상 와해됐다.
김씨는 술을 먹으면서 구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의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여기에는 성희롱 발언과 조폭 생활을 무용담하듯 자랑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피 묻은 도끼 발견, 조폭 흉기 패싸움’ 등 뉴스 영상을 공유하며 여기에 내가 있다고 자랑하는 듯 영상을 보였다. 김씨 영상에는 욕설이 10초에 한번 꼴로 나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4년 징역 출소 후 사우나에 가지 않는 이유’, 출소 1주년 기념 방송 등을 올리기도 했다.
과거 김씨는 아프리카TV 생방송 도중 다른 BJ와 방송을 하며 “다 술에 취하게 하고 잠들게 한 다음 도촬해서 여성 BJ들 사진을 다 보내주겠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음주 운전 및 무면허 운전 전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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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경험담 장사하는 조폭 유튜버들
김씨처럼 조폭 출신으로 유튜브 방송하며 조폭 입문 과정 및 범죄 내용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유튜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조폭 유튜브로 검색하면 구독자 33.8만 유튜버,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조폭 활동을 한 구독자 11.7만 유튜버, 11.2만명 등 유튜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작년 기준 경찰이 파악한 조직폭력배 유튜버는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느 ‘교도소 입소하는 날 이야기’라는 영상도 있었다. 신입실 이동, 교도소 입소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구독자들은 댓글에 ‘징역 가실 분들의 필수 시청 영상’'저도 곧 들어갈 것 같네요’라며 호응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조폭 유튜버는 ‘싸움할 때 이게 제일 중요하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가슴팍을 풀어헤치고 은목걸이를 한 차림으로 영상 카메라를 향해 수 차례 주먹을 휘둘르며 “상대방의 눈을 가리며 때려라”고 했다. 댓글에는 ‘깡패출신인데 격투매커니즘을 다 알고 있다’ ‘싸움 일타강사가 돼주셔서 감사하다’며 호응하는 반응이 달렸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3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4개월간 조직폭력 범죄 특별 단속을 벌여 1723명을 검거하고 281명을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단속 때와 비교하면 검거 인원은 8.4% 증가했다. 특히 폭력조직 가입·활동 행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관련 검거 인원(209명)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신설된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폭력 등 전통적 조폭 범죄와 함께 도박 등 조폭 개입 신종범죄를 집중 단속한 결과다. 범죄수익 추적도 강화해 총 80억5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했다고 국수본은 밝혔다.
조선일보 구아모 기자 a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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