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 〈월간조선>과 단독인터뷰에서 "민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 원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사내 성희롱 은폐 의혹을 제기한 어도어 전 직원 B씨가 23일 민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다.
B씨는 민 대표를 근로기준법ㆍ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형사 고소하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민ㆍ형사 고소하며, 또 같은날 민 대표와 성희롱 사건 당사자인 어도어 A임원을 부당노동행위ㆍ노사부조리 혐의로 서울고용노동청에 신고한다고 이날 《월간조선》에 밝혔다.
지난 8월 19일 서울 모처에서 처음 만난 B씨는 날이 덥다는 말과 함께 근처 카페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자는 배려였다. 지난주 금요일, 최초 접촉 이후 B씨는 자신의 사건을 설명하며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잠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다 B씨는 자신의 집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민감한 내용을 밖에서 이어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고, 취재진은 B씨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B씨는 대한민국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의 레이블 ‘어도어(Ador)'의 직원이었다. 어도어는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뉴진스(New Jeans)‘를 만든 민희진이 대표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B씨는 지난 3월 6일 어도어 임원 A씨로부터 사내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회사에 신고했다. 곧장 하이브에서는 전담팀이 꾸려졌고, 3월 14일 1차 결과가 나왔다. B씨는 민 대표가 1차 결과가 나오기 전인 3월 7일, 그리고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3월 16일, B씨가 A씨를 향해 제기한 혐의는 모두 ‘무혐의·엄중경고’ 처리됐지만 민 대표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논란은 민 대표가 사내 성희롱 신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불거졌다. 심지어는 민 대표가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여직원을 두고 “내가 이래서 계집애(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들이랑 일하는 거 싫어한다” 등의 각종 욕설로 조롱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민 대표는 지난 7월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당시 나눴던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전면 반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어떠한 동의를 구하지 않고 언론에 방대한 양의 대화 내용과 자신을 향한 민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욕설 이미 알고 있었다…‘의리’ 생각해서 묻은 것”
B씨는 언론에 민 대표의 대화 내역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민 대표의 욕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B씨가 이 사실을 처음 안 것은 퇴사 전 사내 괴롭힘 고발로 하이브 조사관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였다. 당시 B씨는 믿고 따랐던 민 대표가 자신을 향한 욕설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민 대표를 존경하기에 홀로 아픔을 감내하기로 결심하고 이 사실을 묻었다.
하지만 민 대표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B씨와의 대화 내용 중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중재한 척 하며 짜깁기해 올렸고, B씨를 ‘연봉은 많이 받아 가지만 일은 못 하는 무능한’ 직원으로 깎아내렸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결국 B씨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SNS 계정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B씨와 독대한 날은 사내 괴롭힘·성추행 의혹을 받는 임원 A씨의 단독 인터뷰가 공개된 날이었다. B씨는 임원 A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민 대표에게 ▲성희롱 신고 직후부터 결론이 나오기까지 조사에 개입해서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임원 A씨에게 실시간으로 신고 현황을 보고하고, 적극적으로 코칭했는지 ▲별도의 동의 없이 7월 31일 입장문을 내고 메신저 내용 공개 및 퇴사 이유를 왜곡해 대중을 기만한 이유 등 세 가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성희롱 신고 건은 많은 직장 내 괴롭힘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임원 A씨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악의적으로 괴롭혔다. 저는 A씨가 반성하고 계도되길 바랬기 때문에 이 일을 공론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전문.
-임원 A씨가 성희롱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요.
"민희진 대표가 7월 31일 자신의 SNS에 공개한 자료에 나와 있듯, A씨는 자신이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민 대표는 자신의 직원들이 거래처와 식사를 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습니다. 저 또한 거래처와 점심 미팅을 한 뒤 1시간 30분여간 대표님께 혼이 난 경험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 식사 자리에 제 의지로 가고 싶어 했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A씨가 의혹을 부인하더라도, 회사에 오신 지 5일 되던 날 제게 '남자 둘이 보는 것보다는 어린 여자분이 있는 게 분위기상 낫고 얘기도 더 잘 된다'고 말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희롱 의혹에 관해 민 대표가 공개한 해명문에서 임원 A씨는 ‘그래도 남자 둘이 보는 것보단 같이 보는 게 낫죠’라고 말한 사실을 부분 인정했다.
-왜 당시 즉각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나요.
"A씨의 발언이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이제 막 부임 5일 차가 된 분이고, 저의 직속 평가자셨기 때문입니다. 상사인 부대표님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으며, 부임 직후부터 사이가 틀어지고 싶지 않아 잊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B씨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건은 2월 5일 오후 5시 40분부터 약 30분간 벌어졌다. 장소는 하이브 용산 사옥 16층. 그곳에는 직원들을 위한 라운지 체어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보직 제안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4월 6일, 보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만 제가 퇴사 의사를 밝히고, 법인카드와 노트북을 다 반납한 이후에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이 제시한 연봉은 40% 깎인 연봉이었고, A씨와 함께 일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제가 승낙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민 대표가 입장문에서 B씨의 연봉을 공개했는데요. 연봉 공개에 대해 미리 사전 연락을 받았나요?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연봉은 민감한 개인정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삼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 대표는 어도어를 총괄하는 대표다. 임원 A씨를 비롯한 직원 B씨의 연봉을 모두 알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의 연봉에 대해 B씨가 비웃었다고 하던데요.
"저는 맹세코 A씨의 연봉에 대해 폄하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해요. 닭갈빗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연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어요. A씨가 연봉이 낮다고 이야기하시길래, ‘대단하신 분인데, 연봉을 더 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일주일 뒤에 저한테 ‘돈 많이 벌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무슨 맥락인지 몰랐으니까, ‘너무 잘 되셨다’라고 축하해 드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연봉 얘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계셨던 것 같더라고요."
-중간평가 점수가 낮았다고도 했습니다.
"중간평가 점수는 쉽게 말해서 모의고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모의고사를 못 본다고 해서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를 못 본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는 최종 평가에서 A씨를 제외한 임원들에게 평균 3.7점(5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A씨만 제게 ‘1.7점’을 주었어요.
-중간평가 시점은 언제였나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대략 (작년) 11월 경 평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 평가는 중간평가에서 약 3개월 후인 2월 23일경에 이루어졌다. 최종 평가 당시, A씨는 어도어에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다른 심사원들은 B씨가 일하는 것을 비교적 오랫동안 보고, 평가한 사람들이다. A씨가 매긴 점수보다는 평균값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연봉 삭감 회의는 뭔가요.
"2월 22일 오후 8시, 근무 시간이 끝난 저를 갑자기 회의실로 불러내시더라고요. 놀라서 회의장에 도착해보니 A씨와 또 다른 임원 C씨가 있었어요. 이후 즉석에서 ‘연봉 삭감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연봉 삭감에 대해서 사전 고지가 있었습니까.
"사전 고지가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연봉 삭감할래, 아니면 퇴사할래’ 식의 통보식 고지였어요. 앞서 말한 ‘연봉 삭감 회의’에서 A씨는 ‘다시 면접을 보자’며 포부를 말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제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최소 하루 전부터 면접 준비를 했을 거예요."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저는 남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했습니다. 40% 감봉된 연봉을 받고 일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태도가 안 좋다’, ‘확신이 없으면 빨리 헤어지는 게 낫다’, ‘포부 얘기를 못 하면 탈락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로 제게 상처를 주셨습니다."
-민 대표가 말하기를, 팀원과의 불화가 잦았다고 하던데요.
"업무를 하면서 사소하게 불화가 발생한 것뿐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입사 초반에 서로 업무 처리 방식이 달라서 마찰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곧 해결되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한 상태입니다. 불화가 잦았다면 3월 퇴사시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몇몇과는 사적으로도 친분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A씨가 부당한 업무를 내린 사실이 있나요.
"주말에 업무를 지시하면서도 신경질을 내고, 필요한 미팅을 피하고, 본인이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안된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요구를 합니다. 예시를 몇 개 들어드릴게요. 첫 번째로는, 필요한 회의를 미루거나 안합니다. 예를 들어, 포괄적인 내용에 관한 리서치를 금요일 오후 3시에 부탁하면서 토요일 오전까지 해 오라고 하면서, 업무 지시 사항을 설명하지 않는 식입니다. 지시 사항 중 ‘글로벌 아티스트’와 같이 포괄적인 표현의 범위를 좁히고, 구체화하고자 사전 미팅을 잡으려고 해도 ‘궁금한게 뭔지 궁금하다’고 재차 물어보며, 업무를 설명해주는 미팅을 하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결국 보고를 위한 보고를 준비하며 비효율이 일어나고,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개인 연락을 하고 있다가도, 다른 단체 연락방이 활성화되면 그 즉시 개인 연락을 멈추라고 하십니다. 본인이 멀티테스킹이 안 되고, 헷갈린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바쁜 회사에서 다른 단체 연락 방을 확인하며 보고를 했다 멈췄다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지시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말꼬투리를 잡으며 신경질을 내십니다. 저는 단톡방이 활성화 된 것을 못 봤지만, 논의 대기 하겠다는 의미로 ‘ㅎㅎ’라고 답장을 했는데, ‘웃음이 나오냐’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어요."
-민 대표가 두 사람을 알고 지낸 기간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는데요.
"거짓말입니다. 민 대표는 A씨를 저보다 오랫동안 알고 있었어요. 타 언론사 보도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은 입사 전 1월달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민 대표가 18쪽 분량의 입장문을 공개한 이후, B씨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8월 13일, SNS 계정을 만들고, 묻어두려 했던 마음속 응어리를 하나하나 폭로하기 시작했다. B씨의 폭로가 계속되자,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A씨는 돌연 B씨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를 취소하겠다는 투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민 대표가 ‘너 하이브니?’라고 물을 정도로 B씨와 하이브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고 있던데요.
"저는 하이브가 아니라 개인입니다. 하이브 담당관을 통해 4월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 분쟁 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민희진 대표의 부적절한 행위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이브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고, 하이브 측에도 책임소재가 있기 때문에 저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할 예정입니다."
-민 대표에게 원하는 것이 있나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것을 요청드렸으나, 논점을 흐리는 해명문 이후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SNS 활동만 하고 계십니다."
-민 대표가 사과를 한다면 이 모든 행위를 멈출 예정인가요.
"8월 14일, 두 번째 입장문을 올릴 때부터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민 대표가 사실관계 정정을 한 다면 멈추려 했습니다. 하지만 8월 18일, 부대표로부터 사과 취소 내용을 전달받고 고소 협박을 당한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법적 조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B씨의 폭로에도 민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이브 측은 본지 연락에 인터뷰 질문지를 요청했고, 질문지를 보낸 후 이후 답변이 없는 상태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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