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식 QWER의 '과거'는 어떻게 이해돼야 하나

| 서브컬처의 아이콘이 메이저리티로 나올 때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밴드 ‘QWER’을 향한 논란이 일어난 건 몇 달 전 일이다. 이들은 인터넷 방송에서 활약하던 이른바 ‘여캠’ BJ들로 결성된 그룹이다. 그중 쵸단이란 멤버가 과거 방송을 진행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을 향해 혐오발언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여대 출신이라고 말하며 페미니스트 같은 “미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룹을 결성해 데뷔한 이후 이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QWER은 노래 ‘고민중독’이 히트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 갔고, 그에 따라 해당 발언도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다.

이 발언이 입에 오르내리는 건 당연해 보인다. 특정 사회 집단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건 그 자체로 반발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쵸단의 발언에는 비판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나 논거가 없다. “미들”이라는 원색적인 욕설을 뱉은 단순한 비방이다. 여기엔 페미니즘을 욕설로 쓰는 사회적 편견이 여과 없이 쏟아져 있다. 여대를 페미니스트 양성소처럼 간주하는 어떤 젊은 남성들의 편견 역시 그대로 따라 뱉어졌다. 페미니즘에 관한 입장은 저마다 관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쵸단의 발언은 그런 관점의 차이를 지우는 낙인찍기를 막말로 표출한 것이다. 예컨대, '허버허버'와 '오조오억' 같은 애매모호한 말은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면서 특정 집단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 동의하기 힘든 균형감각이다.

쵸단의 발언은 맥락이 짐작이 간다. 아프리카와 트위치 같은 인터넷방송 여성 BJ 채널은 섹스어필을 소비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 관습을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적대적이다. BJ들은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그들의 성향을 편드는 발언을 적극적으로 한다. 한 여성 BJ는 방송 중 남성 커뮤니티에서 ‘남혐’ 발언으로 통하는 ‘허버허버’를 뱉었다가 포화를 맞고 사과문을 쓴 일이 있다. 쵸단의 발언은 어떤 소신을 피력한 것이라기보다 남성향 시장의 사상검증에 맞추어 자발적으로 십자가 밟기를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결코 페미니스트 같은 “미”이 아니니까 안심하고 소비하라는 인증이다.

한국 서브컬처 시장의 지형은 젠더 진영논리의 세력도가 됐다. 남성 소비자가 많은 남성향 시장이냐, 여성 소비자가 많은 여성향 시장이냐에 따라 안티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 필터가 되었다. 사업자 측을 대상으로 불매운동과 여론전을 벌여 자신들의 역린을 거스르는 이슈가 틈입하는 걸 걸러내는 거름망의 성채가 세워졌다. 쵸단의 발언은 사회 중심부에서 떨어진 그 성채 안에선 장려되는 발언이지만, 그와 배치되는 여론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더 넓은 시장으로 나왔을 때 ‘업보’로 돌아온 것이다.

QWER은 뭐가 어찌 됐건 아이돌 그룹의 외양을 하고 있다. 상업적 음악시장은 물론 아이돌 시장은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강한 대표적 시장이다. 남성 아이돌은 물론 여성 아이돌 팬덤 역시 여성 소비자들이 바탕을 이룬다. QWER은 이미 ‘여캠’ 시장을 벗어나 보편적 지명도를 획득한 상태다. 소속사 역시 넥스트 레벨로 나아가며 판돈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답게 아시아 권에 소수나마 해외 팬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대중성 시장과 해외 시장, 이 두 영역은 돌출된 이슈를 만들지 않는 안전한 행보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운영 감각이 요구되는 무대다. QWER 소속사 측이 여성 여론에서 제기되는 비난에 ‘법적 조치’로 강경 대응하고 멤버의 과거 발언에 성찰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남성향 서브컬처 시장의 수요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으로서 그들의 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앞으로는 페미니스트는 “미” 수준의 극언은 삼갈 필요가 있다.

서브컬처 시장이 커지면서 그 안에서 탄생한 셀럽들이 그 밖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적어도 자신들이 머물던 폐쇄계 안과 밖에선 서로 다른 논리가 통용된다는 사실만 자각하더라도 엉킨 실타래는 한결 정돈될 것이다. 쵸단을 비판하는 측에서도 QWER 멤버들이 '여캠' BJ라는 사실을 비하하지 않도록 언어를 정돈해야 한다. 서로 다른 견해와 신념이 부딪히는 동시에 공존하며 그것들이 절충된 ‘상식’에 의거한 하한선이 제시되는 보편성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각종 극단주의의 사회적 지배력을 억지하는 열린사회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미디어스 윤광은 칼럼니스트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744

[익인1]

QWER 내용과 별개로도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네

[익인3]

22 애매모호한 말은 혐오발언이라 규정하면서 특정 집단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은 문제없다 하는거나 bj들은 본인 시청자를 위해 스스로 십자가 밟기를 한다는거... 남초 커뮤와 인방의 현실을 꼬집는 칼럼같다

[익인2]

중국의 모 격언처럼 그저 강가에서 가만히 기다림

[익인4]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