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민경 기자] 멜론 TOP100 차트 상위 10곡 중 '여자 아이돌 그룹'의 곡이 5곡인 데 비해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은 단 1곡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보이그룹의 주목도가 아쉬운 이유로 같은 남성인 팬을 확보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점과 K팝 산업의 고도화가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팬덤 위주 마케팅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되찾기 위한 엔터계의 고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업계 내 나오고 있다.
25일 오후 4시 차트를 기준으로 멜론 TOP100 차트 상위 10곡 중 5곡이 그룹 에스파, (여자)아이들, 뉴진스, 키스오브라이프의 곡이다. 그러나 남성 '아이돌 그룹'의 곡은 단 1곡, 6위에 해당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WAY 4 LUV'(웨이 포 러브)다. TOP100 차트 1위부터 4위까지는 에스파 'Supernova'(수퍼노바) 등 걸그룹의 곡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외 상위 10곡 중에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 이영지의 'Small girl'(스몰 걸),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밴드 이클립스 '소나기', 밴드 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밴드 QWER '고민중독'이 포함돼 있다.
5년 내 데뷔한 걸그룹 중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그룹이 많다. 앞서 언급된 그룹 에스파(aespa), (여자)아이들, 뉴진스(New Jeans),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와 더불어 아이브(IVE), 르세라핌(LE SSERAFIM) 등 다양하다. 그러나 5년 내 데뷔한 보이그룹의 경우 라이즈(RIIZE), 투어스(TWS) 외에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를 찾기 쉽지 않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걸그룹은 남성 팬을 겨냥하고 보이그룹은 여성 팬을 겨냥해 그룹을 기획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남성 팬보다 활발한 소비 활동을 보이는 여성 팬을 확보한 보이그룹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유리했다.
2010년대 중반 그룹 2NE1의 대성공 이후 YG엔터테인먼트 주도로 '주체적인 여성상'을 띤 그룹들이 생겨났다. 이후 주체적인 캐릭터를 내세운 그룹인 마마무, 블랙핑크, 있지(ITZY), (여자)아이들이 세상에 나왔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남성 팬덤 비율과 여성 팬덤 비율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 팬덤이 더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언니'라고 부르는 등 여성 팬덤이 더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겨냥해 '걸크러쉬'한 콘셉트로 주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K팝 아이돌 산업에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 매력 어필이 중요하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팬덤 모두를 확보하기 쉬워진 걸그룹과는 달리, 보이그룹은 여전히 여성 팬보다 남성 팬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동경하는 현상은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남자 아이돌을 향한 남성 팬들의 동경은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또한,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팬덤 위주의 음반 활동을 하도록 발전한 K팝 산업 구조 자체에도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보이그룹이 걸그룹보다 먼저 발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산업의 한계가 먼저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머지않아 걸그룹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남자 아이돌 같은 경우, 팬덤 위주의 소비가 강화되다 보니까 음악을 만들고 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이제 대중적인 모습보다는 굉장히 '장르 특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팬들이 공감하는 그들만의 개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그러다 보니 대중성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도헌 평론가는 "보이 그룹의 경우 걸그룹보다 먼저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고, 일찌감치 세계관을 형성하고 부차적인 IP 산업을 먼저 진출해가며 K팝의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다 보니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보이그룹들은 팬덤의 요구에 맞춰 점점 어려운 음악을 내놓고 대중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5년 내 데뷔한 걸그룹들도 이와 같은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향후 K팝 업계 전반이 팬덤 중심으로 돌아가 세계 시장 속 대중성을 잃을 수 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엔터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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