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연하 남성과 동거하며 뒷바라지한 여성이 이별한 뒤 재산분할을 이유로 돈 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 A씨는 3년간 함께 살았던 남자친구 B씨가 헤어진 뒤 집 앞에 찾아와 5000만원을 달라고 한다며 조언을 구했다.
A씨는 4년 전 친구의 생일 파티를 위해 찾은 술집에서 B씨를 만났다. 당시 술집에서 일하던 B씨는 지방에서 온 아이돌 지망생이었다. 그는 술집에서 일하는 이유에 대해 "데뷔 앨범을 발매했는데 잘 되지 않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B씨는 친구들과 함께 좁은 옥탑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집에 방이 한 칸 남는다며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B씨가 철없는 동생처럼 느껴져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B씨가 남자로 느껴졌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가 됐다. A씨는 자격증을 따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B씨에게 학원비와 용돈을 주며 뒷바라지했다.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A씨 어머니는 딸의 동거 사실을 알았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B씨를 소개하며 가족 여행에도 데려갔다.
B씨는 미래 계획을 묻는 말에 결혼 예정이 없다고 답했고, A씨 어머니는 딸에게 헤어지라고 제안했다. 마찬가지로 결혼 생각이 없었던 A씨는 B씨와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B씨는 갑자기 "우리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어떠냐"고 말했다. A씨는 "너 학원 다니고 취직도 해야 하는데 결혼할 수 있겠냐. 급한 거 아니니까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며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두 사람은 크게 다퉜고, A씨는 B씨에게 "내 집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A씨는 B씨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B씨는 또 연락해 "혼인신고는 안 했어도 3년간 같이 살았으니 사실혼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재산 분할을 해야 하는데, 그냥 5000만원으로 하자"며 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너무 황당하다. B씨 부모님을 만난 적도 없는데 사실혼 관계가 될 수 있냐"며 "B씨가 불쑥불쑥 집 앞에 찾아와 연락한다. 무섭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조인섭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사실혼 관계는 결혼식 올리고 같이 생활하는 등 통상적인 부부 모습이지만, 여러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진 않는 것"이라며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 관계를 맺고 있는 것만으로는 사실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B씨는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 혼인 의사가 없었던 A씨는 상견례를 치르지도 않았다"며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고, B씨의 혼인신고 권유에도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일방적인 경제적 지원이 있었을 뿐 경제적 공동체를 이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B씨가 집 앞에 찾아와 연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를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며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스토킹 행위자에게 서면 경고, 접근 금지 등을 명하는 '잠정조치'를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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