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욱은 아빠 없이 태어나 엄마도 없이 할머니 손에 컸다. 제 앞가림 잘 하며 사는 줄 알았던 엄마가 낳을 일만 남은 배를 들이밀며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지욱의 할머니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어떤 날은 어여뿐 처녀를 꼬셔 인생 망치게 한 지욱의 (누군지도 모르는) 아빠가 썩을 놈의 새끼였고, 또 어떤 날은 꽃에 날아든 게 벌인지 똥파린지 구별 못 하고 얼굴값한 엄마가 정신 빠진 년이었다.
예쁘면 팔자가 사납다, 가 후렴구처럼 나와야 그 날의 한탄은 끝이 났다. 이렇든 저렇든 엄마가 예쁜 건 기본 전제였고, 지욱이 엄마와 할머니 인생에 피해를 준 존재라는 건 행간의 의미였다. 그래서 지욱에게 얼굴값은 칠거지악 중 하나요, 피해 주는 인간이 아닌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건 열한 번째 십계명이 되었다
오호 어디 부잣집 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