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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가 세계적 미술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이 성사됐을 당시, 관련 업계가 들끓었다. 엔터계와 미술계 포함이다. ‘뉴진스 팬’임을 자처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등판이었지만, 일부 억측이 일었다. 바로 무라카미 다카시가 ‘우익’이자 ‘혐한’이라는 프레임이다. 이는 ‘범 하이브 팬덤’의 주장이었고, 이들 중 일부는 뉴진스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한국관광공사에 악성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대이작가란 예명을 가진 이규원 작가는 연예인의 무분별한 미술 활동에 대해 날카로운 목소리를 높여온 이다.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해온 이규원 작가는 무라카미 다카시로부터 작품 세계의 영향을 받아 온 누구보다 그를 잘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규원 작가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주제는 ‘슈퍼플랫’으로 서양에서는 순수 미술이라는 영역이 하이 컬처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틀을 깨고자 하는 것이다”며 “일본에서는 오타쿠 문화라든지,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같은 것들이 하이 컬처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서양, 서구에 일본의 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바탕이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 대한 일종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작업은 일본 출신 작가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일본의 여러 사건과 사고들을 다루는 작업도 하는데, 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담담하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작 무라카미 다카시는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비판과 마주해야 했다”고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물은 일본 문화, 사건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되새기고 알리는 것들이다. 오히려 비판적인 시선이 가미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규원 작가는 “‘슈퍼플랫’의 꽃의 의미는 일본이 원자폭탄을 맞고 피해자들 또한 일본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일본 시민들은 웃고 있다’라는 의미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하이브 팬덤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여러 오타쿠 문화를 다루며 애니메이션 작품 등을 형상화한 것에 대해 ‘성상품화가 아니냐’는 억측을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을 의도한 작품”이라고 한 이규원 작가는 “일본 만화 캐릭터 속 눈이 크고 신체 일부가 과장돼 있는 현상들을 무라카미 다카시가 표현했다. 서양인에 대한 일본의 콤플렉스고, 이런 것들이 일본에서는 ‘예쁘다’라는 기준이 되는 것을 오히려 알린 것”이라며 “일본과 일분 문화, 일본 사회에 대한 치부를 오히려 드러낸 작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우익들이 그의 작품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일본 애니 등이 캐릭터로 성상품화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현상들을 담담하게 알린 작품들이다”며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보면 지나치게 야할 수도 있겠지만 곧이곧대로 1차원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면 바보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행보를 보면 블랙핑크와 협업을 했고 빅뱅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유명 가수들과 명품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이번 뉴진스와 협업 또한 그 일환이다.
이규원 작가는 “무라카미 다카시는 순수미술은 순수해야 하고 상업적이면 안 된다는 서구 주류의 인식을 깨고자 한 것”이라며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렇지 않다, 미술과 상업의 만남이 거부감이 없다는 현상을 보여주고자 한 행보다. 포인트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답답하게 보여주는 태도다”고 했다.
무엇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경우 ‘친한’ 행보를 보여왔다. 일부 하이브 팬덤에 의해 ‘혐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에 이규원 작가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1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가 있었는데 무료 전시로 진행했다. 사람들이 몰려서 줄을 서야 하는 전시가 되기도 했다. 그때 갔던 사람들은 ‘일본 우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냐. 기본적인 예술적 상식조차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의 분쟁이 생겼을 당시, 미술계에서는 민희진 대표에게 많은 공감을 했던 것으로 안다. 같은 미술을 하고 예술을 했던 사람으로 민희진 대표가 정말 이해가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며 “창작의 영역을 경제적 논리에 맞춰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