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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6일 서울 한남동에서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는 자택 근처에서 안장이 달린 킥보드 형태의 전동스쿠터를 음주상태로 타다가 넘어졌고, 마침 근처에 있던 경찰관 세 명이 도와주러 다가갔다가 알코올 냄새를 감지해 음주측정을 시행했다.
보도 기사에 따르면 호흡 음주 측정을 통해 밝혀진 슈가의 혈중 알코올 농도(BAC)는 면허 취소 수치인 0.08% 이상이었다.
이에 따라 슈가는 벌금을 부과받았고, 운전면허 취소 조치를 받았다.
슈가와 그의 소속사 BIG HIT MUSIC(HYBE 레이블)은 곧바로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으며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슈가는 분명 음주상태로 전동스쿠터를 탄 잘못을 저질렀고, 팬들 역시 슈가는 저지른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아티스트나 팬들 중 그 누구도 처벌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미디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기에 휘말린 듯 기사를 써대기 시작했다.
사건이 터지고 일주일 동안 쏟아진 기사의 양은 무려 1400여개였다. 보도 초기, 정확한 정황이나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했음에도 언론은 해당 사건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추측들을 ‘단독’의 형태로 보도했고, 진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퍼뜨렸다. 이 사건을 둘러싼 미디어의 행패에 가까운 괴롭힘은 여기서 다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일반인이라면 간단히 조사받고 이미 끝났을 사건을 가지고 포토라인에 서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거라고 협박을 하는 기사까지 있었다.
결국 미디어는 슈가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말았다.
대체 무엇을 위한 기사들이고, 누구를 위한 포토라인인가? 솔직히 클릭수와 광고수익만 중요한 것 아닌가.
며칠 전 한 외국 아미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을 미래에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진실에는 관심을 가지지도 않은 채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나라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한국 미디어는 지난 몇 년간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어요. 나는 이제 정말로 분노와 실망과 슬픔을 느끼지 않은 채 한국 드라마도, 영화도, 예능도 볼 수가 없어요.”
나는 그의 말에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할 수가 없었고, 그래도 한국 문화를 사랑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가슴이 아팠다.
지난겨울 너무나 안타깝게 고인이 된 이선균 배우를 이렇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