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에 ‘독재’ 대신 ‘장기집권’ 서술
“기존 교과서, 일제강점기 저질 왜곡”
내년부터 쓰일 새로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서술을 축소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대목에서도 ‘독재’ 대신 ‘장기 집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교과서의 필진 중 한명은 기존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일제 강점기와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해 노골적이고 저질스러운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등학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관보에 게재했다.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새 교과서가 쓰인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심사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고등학교 한국사1·2의 경우 9곳의 출판사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 심사를 통과했는데, 이 중 한국학력평가원이 처음으로 역사교과서 검정을 통과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2(한국 근·현대사의 인물과 사건을 서술) 전시본을 보면, 표지에는 3·1운동, 88 서울올림픽 그림과 함께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이 실려있다.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참고자료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는 등의 연습문제를 제시하고, 본문에는 구체적 언급 대신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적었다. “일자리를 주선해 준다는 취업 사기에 속기도 하고, 유괴나 강제 연행의 방식으로 끌려가기도 하였다. 또한 여자 정신 근로령(1944)으로 여성들이 군수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였다”(해냄에듀)는 등 다른 교과서와 비교하면 이 부분 서술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일 지식인에 대한 시각’이라는 주제탐구 부분에서는 배운성, 김용제와 김동인, 서정주의 친일 행각 사료를 제시한 뒤 ‘이들이 왜 친일 행위를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인물 중 한명을 선정해 가상의 공소장을 작성해보고 유죄인지 무죄인지 토론해보자’고 적었다. 서정주 시인을 다룬 대목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그를 ‘권력에 영합하는 친일파 시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친일 행위를 덮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쓴 아름다운 작품들은 우리 문학의 주요한 유산으로 인정해야’라고 주장한다”는 문장이 들어간 토론자료를 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도 눈에 띈다.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었다. 여기에서 이 교과서는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 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주제탐구라는 이름으로 이승만의 ‘정읍 발언’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도록 서술해, ‘만약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론을 주장하지 않았다면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승만이 통일 정부가 아닌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유를 알아본다’ 등의 질문과 지시문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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