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두 혐의를 두고 검토에 나선 건 직접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의 입증 정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접 뇌물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부정한 청탁’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아무개씨를 채용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 소벤쳐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은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는 일이다. 검찰 입장에선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 항공에 서씨를 취업시켜 준 것은 이사장 임명의 대가라는 논리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죄의 경우 직무관련성·대가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까지 입증해야 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전 의원이 ‘향후 서씨를 채용할 테니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해달라’는 청탁을 문 전 대통령 쪽에 했다는 사실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선, 검찰은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의 사실인정이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나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조국혁신당 대표)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사위 부당채용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이며 검찰의 전 정권 탄압을 위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검찰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접 뇌물죄 적용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쪽이 딸 부부의 생계비를 일부 부담해왔는데, 서씨의 취업 이후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채용 자체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월급(약 800만원)과 타이 체류비(약 350만원) 총액인 2억2300여만원을 뇌물액수로 판단해 지난달 30일 딸 다혜씨 집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했다.
직접 뇌물죄 적용의 쟁점은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느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딸 부부의 생계비를 대부분 책임졌어야 서씨의 채용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2018년 3월 무렵까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독립 생계를 꾸려갈 벌이가 있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결혼을 한 딸 부부가 대통령과 경제공동체 관계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로 가정을 꾸린 자녀가 부모와 경제공동체라는 사실을 법원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월 법원은 검찰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을 직접 뇌물 혐의로 기소한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곽 전 수석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다”면서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전 수석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수석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제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인데, 당시에도 뇌물죄 대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고 다혜씨를 직접 불러 조사한 뒤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혐의를 최종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혜씨 역시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나 진술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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