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이 미국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이버렉카 신상공개 진술서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법무법인 리우 정경석 변호사는 최근 법무법인 율촌의 A 변호사 등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걸그룹 아이브와 스타쉽엔터를 대리해 미국 법원에 디스커버리(증거개시)를 신청해 유튜버 탈덕수용소의 신상정보를 받아냈는데, 율촌이 올해 3월 한 걸그룹을 대리해 유튜버 중학교7학년의 디스커버리를 신청하면서 기본 정보만 바꾼 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했다는 것이 고소의 핵심 내용이다.
율촌 측은 두 진술서의 유사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의 진술서 역시 다른 미국 변호사의 것과 유사하다며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법률신문이 양측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디스커버리 신청서를 확인한 결과, 율촌 측이 처음 제출한 신청서는 정 변호사가 제출한 신청서의 전체적인 구성과 흐름, 표현, 번역 출.처를 각주로 표기하는 방식까지 일치했다.
차이점은 정 변호사는 민사 기반에 회사(스타쉽엔터)가 당사자였고, 율촌은 형사 기반으로 피해자인 걸그룹 멤버들이 당사자였다는 점이다. 정 변호사는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를 설명했고, 율촌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및 형법 제311조를 진술서에 담았다. 또한, 정 변호사는 아이브 측이 한국에서 제기한 민·형사 소송 진행사항을 추가했다.
정 변호사는 “타이타노 미국 변호사와 함께 구글을 상대로 수행한 여러 디스커버리 신청에서 명령을 인용받기 위해 지적인 노력을 다해 만들어낸 내용들과 경험에서 나온 표현들을 구성·정리해 초안을 작성했으며, 내가 한국법 관련 부분과 한국 소송 진행사항 등을 추가해 제출한 어문저작물”이라며 율촌 측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정 변호사의 진술서도 기존 사건들의 진술서 형식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율촌 측은 “타이타노 변호사가 작성에 관여한 진술서들 역시 이전 미국 변호사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리우가 제출한 진술서도 기존의 진술서를 참고했다는 입장이다.
율촌 측은 “정 변호사가 ‘창작’이라고 주장하는 한국법과 한국에서의 소송 진행사항은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일 뿐 창작적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리우의 진술서는 민사절차, 율촌의 진술서는 형사절차에 대한 설명으로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본인 창작’이라는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율촌과 리우의 갈등이 처음부터 소송 절차로 치달았던 것은 아니다. 정 변호사는 올해 4월 A 변호사의 베끼기 의혹을 제기하고 율촌에 항의했다. 당시 율촌은 정 변호사의 항의를 받아들여 처음 제출된 진술서를 삭제하고 진술서를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율촌은 리우에 1500만 원을 송금했다. 리우는 이 돈을 일종의 합의금으로 율촌은 자문료로 생각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 4월 율촌이 앞으로는 미국 법원에 신청하는 디스커버리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상담 진행 중인 사건도 리우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율촌 측은 “율촌이 향후 디스커버리 사건을 수행하지 않는다거나, 상담 중인 사건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없다”며 “리우에 대한 자문료만을 지급하고 더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정 변호사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률신문 우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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