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이해리 기자] 출연진의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지 엑소의 멤버 찬열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채기가 어렵다. 인기 아이돌 스타의 존재감에 기대지 않고 작품과 캐릭터에 스며들어 제 몫을 해냈다는 의미다.
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활동 중인 찬열이 부모가 겪은 비극을 견디면서 파국을 만든 장본인을 향한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를 통해 20여년의 시간을 관통해 힘겨운 시간을 견딘 인물의 서사를 완성해 주목받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모텔과 펜션을 운영하는 두 인물 상준(윤계상)과 영하(김윤석)에게 나란히 낯선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상준의 이야기는 2001년, 영하의 이야기는 현재가 배경이다. 드라마는 23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두 인물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완성한다.
● "즐거움과 긴장이 섞인 촬영 현장 경험"
찬열은 드라마에서 2001년 호수 옆에 자리한 전망 좋은 모텔을 운영하는 상준의 아들 기호 역을 맡았다. 과거 모텔을 찾아온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된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찬열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해 일어나고 20년이 흐른 뒤 성인이 된 기호 역을 맡았다.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지 않고 이를 자랑스럽게 알리려고 하는 연쇄살인범을 상대로 비밀스러우면서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찬열은 성인이 된 기호 역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삶이 무너진 부모와 그들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은 어린 시절을 견디고 성장해 자신만의 세계를 일군 설정으로 애잔한 감흥을 일으킨다.
그동안 그룹 엑소로 활발히 활동하는 가운데서도 드라마와 영화 등 작품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은 찬열은 이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한층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비밀을 감추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역할인 만큼 대사보다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인물을 표현해야 했고, 그 어려움을 견디면서 극에 긴장을 불어 넣는다.
덕분에 2015년 연기 데뷔작인 영화 '장수상회'부터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MBC '미씽나인'까지 그동안 참여한 작품들을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활약으로 시선을 끈다. 그간 출연한 작품들이 대부분 미소년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상처를 품고 고통을 견디는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새로운 면모를 과시한다.
기호에 대해 모완일 PD는 "세상에 타협하면서 성장하지 못하고 마음은 과거에 감금되어 버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기호는 복수의 여정 가운데 영하와 만난다.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미묘한 연대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놓인 역할인 만큼 찬열 역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돌이킨 찬열은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으면서 즐거움과 긴장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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