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마지막 기회로 주목받았던 '토종'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막판 진통 중이다.
넷플릭스가 합병 '판 흔들기'에 나선 데다 이해 관계사들이 각자 이익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이견을 보이면서 자칫 경쟁력 있는 국내 OTT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는 '막차'를 떠나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보통신(IT) 및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CJ ENM[035760]이 최대 주주인 티빙과 SK스퀘어[402340]가 1대 주주인 웨이브의 합병 협상이 티빙 지분 12.7%를 보유한 SLL중앙과의 합의가 최근 매듭지어짐에 따라 본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안 도출만 남기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비율은 1.6대 1 정도, 기업 가치는 1조6천억원 수준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달 말 넷플릭스가 티빙과 웨이브 주요 주주인 방송사들에 기존보다 좋은 조건의 콘텐츠 공급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급 대가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높여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티빙·웨이브에 공급하는 예능·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OTT 대중화, 코드 커팅(유료방송 구독 중단) 등의 현상으로 실적 압박에 빠진 방송사들이 넷플릭스가 내민 '당근'에 흔들리는 상황이 되자 티빙 1대 주주 CJ ENM의 반발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지상파 방송 3사가 만든 OTT 웨이브와 합병에서 노렸던 시너지 효과는 지상파가 만든 콘텐츠를 독점 확보해 넷플릭스와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는데, 넷플릭스의 제안을 방송사들이 받아들인다면 합병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로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 성사가 위협으로 다가올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아성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6월 기준 1천274만 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프로야구(KBO) 리그 중계를 앞세운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 '선재 업고 튀어'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등의 잇따른 인기몰이로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지상파 3사 콘텐츠를 가진 웨이브가 합류한다면 가입자 수는 물론 콘텐츠 경쟁력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OTT에 밀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에서 넷플릭스가 내민 당근을 방송사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넷플릭스 천하' 구조에서 거대 토종 OTT 탄생을 저버리고 넷플릭스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콘텐츠 하청업체'가 될 공산이 큰데 이런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웨이브에 대한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제공 계약이 이달 말로 만료된다는 점이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이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지상파 콘텐츠의 안정적인 수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계약이 종료된다면 티빙에는 굳이 웨이브와 손을 잡을 유인이 없어진다"며 "임박해서라도 웨이브 최대 주주 SK스퀘어가 지상파 3사와 콘텐츠 제공 협상안을 만들어오면 합병에 막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웨이브와 지상파 3사의 공급 계약이 종료될 경우에 대비해 웨이브가 가진 지상파 콘텐츠 독점 유통 지위를 물려받기 위한 OTT 업계의 물밑 노력도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사업자로는 쿠팡플레이가 꼽힌다.
파이낸스투데이 김건희 기자 kim6211@f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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