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20분,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 엔플라잉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이에 엔플라잉은 "신나는 곡만 가지고 왔다"라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OST인 'Star'(스타)를 비롯해 'Endless Summer'(엔드리스 서머), '팔불출', 'Preiew'(프리뷰), 'ANYWAY'(애니웨이)를 열창하며 뜨거운 무대를 완성했다.
하지만 'Sunset'(선셋) 무대를 시작하자마자 음향 문제가 발생했다. 마이크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 술렁이던 것도 잠시. 엔피아(엔플라잉 팬덤)가 멤버들을 따라 'Sunset'을 부르기 시작했고, 가사를 모르는 다른 관객들도 장단을 맞추며 크게 호응했다. 이승협과 유회승은 마이크 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떼창으로 자신들을 응원하는 관객들과 끝까지 최선의 무대를 완성했다. 특히 이승협은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썸데이 페스티벌' 측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기계 결함이 생겼다.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라고 공지했지만, 해당 음향사고는 20분간 지속됐다. 여름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더운 날씨 속 수많은 사람이 모여 스탠딩을 하고 있던 상황. 특히나 출연 가수마다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엔플라잉은 이날 '썸데이 페스티벌' 이후 곧바로 분당에서 열린 '파크콘서트' 무대에도 서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엔플라잉은 긍정적 마인드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회승은 "원래 대박이 나려면 돌발상황이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라며 "두 배로 더 재미있게 하면 되죠"라며 유쾌함을 발산했다.
기계 점검 시간이 길어지자 이승협과 유회승은 관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댄스를 보여달라는 요청에 즉석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이승협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팬들의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어주고 저녁 메뉴 추천을 하는 등 다정하게 팬서비스를 했다. 또 유회승은 스탠딩석을 한 바퀴 돌면서 관객들에게 직접 "스피커가 안 나와서 가까이 왔어요. 완전 럭키비키죠?"라고 말해 큰 환호를 얻었다. 여기에 더해 물을 뿌려달라는 관객들의 요청에 힘입어 요즘 유행이라는 '물꽃놀이'까지 하며 남다른 재미를 안겼다.
계속해서 무대에서 상황을 체크하던 두 사람은 엔피아가 시작한 '옥탑방'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떼창이 이뤄지면서 다시 한번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곧 정상적으로 음향이 나오면서 '옥탑방' 완창과 함께 공연이 재개됐다. 분명 모두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음향사고였지만, 엔플라잉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더욱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순간을 완성한 것. 소통하고 즐기면서 이뤄낸 '진짜' 페스티벌이었다.
이후 유회승은 "사실 전기가 잘못한 거예요. 우리 무생물한테 화내지 맙시다"라며 끝까지 즐기자고 관객들을 독려했다. 또 이승협은 거듭 엔피아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런 두 사람에 객석에선 찬사가 쏟아졌다. "음향 기기 꺼져서 소리도 안 나오는데 엔플라잉 너무 착하고 열심히 해서 호감", "공연 너무 재미있고 잘한다", "멋진 청년들", "팬들도 엔플라잉도 텐션 너무 좋다" 등 탄탄한 실력뿐만 아니라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에 진정성까지 가득 담아낸 엔플라잉을 향한 극찬이 줄을 이었다.
올해 데뷔 9주년을 맞이한 엔플라잉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악기즈 차훈, 김재현, 서동성 외 리더 이승협, 메인보컬 유회승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 명의 빈자리를 꽉 채우며 군백기가 무색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무대 장인', '믿듣 밴드'라는 수식어에 맞게 최근 '페스티벌 강자'로 우뚝 서며 국내 유명 페스티벌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페스티벌 일정이 꽉 차 있는 상황. 여기에 오는 10월 일본을 시작으로 11월엔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차훈과 서동성은 각각 9월과 11월에 전역하며, 김재현은 내년 2월 소집해제 된다. 한 명씩 팀으로 돌아오는 멤버들에 따라 엔플라잉 공연 역시 더욱 강렬하고 색다른 재미를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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