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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이 성숙기에 접어든 K팝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K팝의 새로운 장르이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이나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받던 K팝에 시각효과(VFX)과 인공지능(AI) 등이 결합해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IP) 등 확장 가능성이 높아 중견 엔터사, VFX기업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352820), 게임사 넷마블(251270)까지 버추얼 아이돌을 선보이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8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매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시장규모는 2021년 16억3900만 달러(약 2조2640억 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2028년에는 174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플레이브(PLAVE) 등 ‘현실 아이돌’을 능가하는 버추얼 아이돌이 탄생할 경우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대형 엔터사들이 버추얼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MBC 음악 순위 프로그램 ‘쇼! 음악 중심’에서 르세라핌(하이브), 엔믹스(JYP) 등 대형 엔터사의 간판 아이돌을 제치고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 8월 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상파에서 버추얼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후 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에서는 플레이브 관련 이벤트와 각종 독점 콘텐츠를 선보였다.
플레이브의 데뷔 앨범의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은 2만7000장을 기록했고, 미니 1집은 20만 장, 미니 2집은 56만 장이 판매돼 BTS, 뉴진스 등에 버금가는 인기가 확인됐다. 인기는 굿즈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3월 더 현대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 굿즈 판매 수익은 30억을 넘어섰다. 함께 진행된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스텔라이브·플레이브 등의 팝업스토어에는 10만명이 다녀갔고 7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던 패션 팝업스토어의 매출의 7배다.
이처럼 플레이브가 성공 스토리를 쓰기 시작하자 대형 엔터사를 비롯해 게임사, 버추얼 휴먼 전문기업 온마인드 등에서도 버추얼 아이돌·아티스트를 데뷔시켰다. SM은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은 걸그룹 ‘신디에잇’, 온마인드는 보이그룹 ‘이오닛’ 등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대형 기획사까지 뛰어들자 VFX, AI 기술을 가진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플레이브의 제작사이자 소속사인 블래스트는 하이브와 YG플러스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800억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래스트의 경우 버추얼 아이돌을 보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박진영 JYP엔터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버추얼 휴먼 전문기업 온마인드도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다. 최근 온마인드가 선보인 이오닛은 단기간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독자 1만명을 돌파하며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도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실 아이돌’ ‘휴먼 아이돌’의 경우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있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이러한 리스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대는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에서의 만남 ‘사람 아이돌’ 보다는 버추얼 아이돌에 더욱 친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성장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 사고 리스크도 없고, AI를 통해 팬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로 내 옆에 있는 버추얼 아이돌을 선호하는 10대 이하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시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 등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연승 기자(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