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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적으로는 너무나 아쉽다. 로코 장르상 오글거리는 대사와 유치한 설정은 용납 가능하지만, '엄친아'는 중구난방 그 자체다. 여기에 너무도 얕은 수준의 대본이 극의 현실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약혼자와 파혼하고 다니던 미국 대기업을 퇴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뜬금 없이 '요리사' 꿈을 꾸는 것도 다소 황당하지만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돌연 복통을 호소하더니 3년 전에 미국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다는 건 너무도 갑작스럽다. 암 완치까지는 5년이 걸리기에, 현재 정소민의 상태는 암 환자라는 것. 그런 것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다가 삼각관계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막장 카드를 꺼내든 게 뻔히 보이는 대목이다.
배석류라는 캐릭터 자체에도 오류가 많다. 인물 설정은 미국 유학을 가서 전액 장학금 받고 졸업, 글로벌하고 좋은 회사에 PM으로 취직 후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서 인생 재부팅을 마음먹은 인물인데, 드라마적 허용이라고 해도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방송에서 배석류가 최승효에게 친구 따라 우연히 원서를 넣었는데 UC버클리에 붙었다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상 미국 명문 대학교가 그저 원서만 넣어서 붙는 곳도 아닐뿐더러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는 설정 역시 불가능하다. 배석류를 완벽했던 인물로 묘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캐릭터에 이입하는 걸 방해했다. 위암 수술을 부모 몰래, 그것도 막대한 수술 비용이 드는 미국에서 했다는 점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시청자들이 '엄친아'에 원하는 건 정해인, 정소민 커플의 꽁냥꽁냥함이다. 그런데 '엄친아'는 그 외에 곁가지 서사가 너무도 많아 몰입을 방해한다. 장녀의 서러움부터 가족간의 갈등, 동네 친구들끼리의 우정까지. 특히 전남친과 전여친의 등장과 함께 이뤄진 사각 관계는 보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만 안기고 있다.
로코에 최적화 된 배우들을 두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엄친아'. 시청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니 시청률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여주를 암환자로 만들어 버린 '엄친아'가 남은 8회를 어떻게 매듭지을 수 있을지 우려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