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 칼럼] 아빠(하이브)와 엄마(민희진)가 다투고 있는 혼돈 속에서 걸 그룹 뉴진스가 주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제일 신경 써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뉴진스가 지난 8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린 '2024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서 무신사 인기상, 월드와이드 아이콘 등 총 4개 상을 수상하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멤버 다니엘은 "저희를 항상 아껴 주시고 지켜 주시는 민희진 대표님,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혜인은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저희 대표님(민희진 전 대표)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열린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었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 전 대표의 해임 이후 공개 석상에서 이 내용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민지는 다음 날 밤 "불안한 날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민 전 대표 해임에 대해 거론했다. 다니엘 역시 "대표님 해임 후 여러모로 힘들고 고민이 많아져 멘붕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의 이사 지위와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보존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계속 맡도록 하는 업무 위임 계약서가 불합리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계약 기간은 민 전 대표가 해임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로 총 2개월 6일이다.
하지만 멤버들이 뉴진스로서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의 해임에 불편함을 표시하고, 그녀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공적인 존재로서의 경계선을 살짝 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하이브를 배경으로 데뷔했고, 직후 보란 듯이 스타덤에 올랐다. 각 멤버들의 노력과 실력도 큰 힘이 되었지만 민 전 대표의 능력과 하이브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버니즈의 강력한 팬덤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뉴진스가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아이돌 그룹으로 활약하는 한 '나를 낳아 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러는 식의 개인적인 감상은 배제한 채 프로페셔널한 모습만 보여 주려 노력해야 한다. 즉 그들이 공개적으로 가장 고마워하고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팬이고, 내부적으로 잘 대해 줘야 할 존재는 투자자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다툼 속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다름없이 뉴진스도 괴로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프로페셔널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팬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이브나 민 전 대표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 지지하는 것은 다수의 팬들의 강력한 요구가 없는 한 지양하는 것이 자기 역할에 합당하다.
하이브가 이기건, 민 전 대표가 이기든 뉴진스는 흔들리지 말고 뮤지션으로서 노래와 퍼포먼스, 더 나아가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 능력까지 개발하고 개척하는 데 힘써야 마땅하다. 양측의 다툼의 전면에선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날아다니고 있다. 뉴진스에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 멤버가 뉴진스로 활동하는 이유에는 성취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귀결되는 것은 수입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수익이 높을수록 뉴진스의 수입도 올라가는 것도 맞는 논리이다. 그럼에도 뉴진스는 공개적으로는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되 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고려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다.
그녀들이 한눈을 파는 동안 민 전 대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 소속 걸 그룹 르세라핌은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의 '핫 100'에 2연속 진입하며 미국 시장에서 K-팝 걸 그룹의 선두를 달리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빌보드는 공식 SNS를 통해 르세라핌의 미니 4집 타이틀 곡 'CRAZY'가 메인 송 차트인 핫 100에서 76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발표된 K-팝 걸 그룹 노래 중 핫 100 최고 순위이다.
올해 핫 100에 오른 K-팝 걸 그룹은 르세라핌을 포함해 단 두 팀뿐이다. 이 중 2곡 이상 진입시킨 팀은 르세라핌이 유일하다. 뉴진스는 지난해 'Super Shy'로 46위까지 올랐지만 올해에는 핫 100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뉴진스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수로서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갈까? 무엇으로 팬들을 더욱 만족시켜 드릴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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