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덤이 공격적 대응을 통해 ‘우리 애들’(아티스트)에 ‘쉴드’를 치고 있다. 온라인에 의견을 올리거나 트럭 시위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명문을 발표하고 기획사와 언론사를 고발하는 등 더욱 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룹 뉴진스 음원총공팀 팀 버니즈는 지난 9일 SNS X(구 트위터)에 “지난 2일 주식회사 하이브와 쏘스뮤직, 그리고 디스패치 뉴스 그룹 소속 기자 2명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한 데 이어, 언론중재위원회에 디스패치 뉴스그룹 소속 기자 2명에 대하여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려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디스패치가 위법한 정보 취득 및 이를 바탕으로 한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포를 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며 “추가로 수집된 증거와 증언을 기본 고발 내용에 추가 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니즈는 또 ‘뉴진스의 엄마’로 불리는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과 갈등 중인 하이브를 향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멈추라” “말장난 적당히 하라”고 일갈하는 등 독설도 서슴치 않았다.
이에 앞서 버니즈는 ‘뉴진스와 K팝을 사랑하는 버니즈(a.k.a 반희수) 1445명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하이브 및 어도어 현 이사진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버니즈는 “뉴진스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뉴진스 고유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뉴진스가 음악과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뉴진스 관련 사항은 뉴진스 멤버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할 것 ▲뉴진스 후속 앨범 제작과 월드투어 계획에 차질 없이, 멤버들이 음악과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민희진 대표의 임기(최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2026.11.까지)를 보장할 것 ▲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 유출 등 적대적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재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갈등이 많은 이의 눈이 쏠려 있는 만큼 팬덤의 발언이 가져올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지난 9일엔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음주 스쿠터’ 논란으로 탈퇴 요구를 받는 것과 관련해 전 세계 58개국 아미(팬덤명)들이 입을 모아 입장문을 냈다.
58개국 127개 아미 단체가 모인 아미 연합은 지난 9일 “7명의 방탄소년단을 지지한다”며 “글로벌 아미 연합은 멤버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른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그 누구도 방탄소년단에게 강요할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아미라고 밝힌 A씨는 스포츠경향에 “슈가의 음주운전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아미들 모두 알고 있기에 경찰 조사 결과 나오기 전까진 관련 발언을 자제하며 기다려왔다”면서 “안티들이 탈퇴 관련 성명문을 계속 만들어왔고, 언론에선 그게 실제 아미의 의견인 양 부풀려졌다. 그들이 타그룹 팬덤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세상에 진실을 외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미는 슈가의 음원 성적을 끌어올리며 자신들의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4일 미국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슈가가 2016년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더 라스트’(The Last)가 1위를 차지했으며, ‘극야’ ‘사람’, ‘스누즈’ ‘해금’이 모두 10위에 안착하는 등 역주행했다.
아이돌 팬덤 활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행 이후 우상화를 넘어서 ‘내가 키운다’는 육성 문화로 진화했다. 아티스트를 ‘오빠’로 부르는 대신 자식을 칭하는 ‘우리 애들’로 부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것에서 넘어서 콘셉트, 앨범 판매, 여론, 스케줄 관리 등에 적극 관여해 소속사를 뛰어넘는 입김을 발휘한다. 이런 강성 팬덤은 그룹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기획사는 데뷔 전부터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코로나 이후 더욱 커진 SNS의 영향력으로 팬덤은 글로벌화, 거대화됐다. 몸집이 커진 팬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 애들’이 속해 있는 소속사는 물론 언론사에까지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사로 기업을 키운 하이브는 아이러니하게도 팬덤의 공격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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