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통첩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이브, 법적 분쟁 불가피
어도어 아티스트 뉴진스가 11일 직접 등판해 방시혁 의장 등 하이브를 상대로 “민희진 전 대표를 25일까지 복귀시켜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뉴진스가 하이브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 측 이사들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가 지난달 27일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한 것을 원상복귀 시키고 어도어를 정상화해달라는 주문이다.
업계는 하이브 측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제기한 것과 관련, 뉴진스가 지난해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피프티 피프티’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왜 14일 시한을 줬나
전날 뉴진스는 유튜브에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방 의장과 하이브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정상화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멤버 혜인은 “저희는 대표님이 해임되셨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러웠고 멤버들도 상상도 못 한 일이어서 너무 힘들었다.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 입장으로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그런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더라”라면서 “새로 들어오신 주영 님(어도어 신임 대표)이라는 분은 멤버들을 위한다, 뉴진스가 우선이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말만 하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뮤직비디오 관련 협업을 이어온 돌고래유괴단 측에서 협업 중단을 선언하고, 팬 ‘버니’ 위한 영상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더는 작업물을 올릴 수 없다고 한 일, 다른 아티스트 매니저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뉴진스를 향해 ‘무시해’라고 발언한 일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뉴진스는 “하이브가 정말 뉴진스를 위한 회사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며 “벌써 반년째 뉴진스에 대한 피곤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며 민 사내이사를 대표로 복귀시켜달라고 주장했다.
25일까지 하이브 측에 14일의 시한을 준 것을 두고 법조계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 계약기간이 남은 아티스트가 전속 계약을 해지하려면 회사 측에 불만 사항을 전달하고, 회사 측이 이를 보정(치유)할 기간을 주게 돼 있는데 그 기간이 통상 2주라는 것이다. 이에 하이브 측이 불응하면 전속계약 해지 소송 내지는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 등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2명이나 포함된 뉴진스 멤버가 이런 내용을 이해하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진 못했을 것”이라면서 “당초 뉴진스 데리고 독립하려던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앞세워 계획대로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날개 꺾인 피프티 피프티, 뉴진스의 앞날은?
하이브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을 제시한 만큼 결국 뉴진스는 피프티 피프티처럼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전까지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진행됐던 분쟁에 소속 가수인 뉴진스 멤버들까지 적극 참여하는 양상이 됐기 때문이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연상케 하는 이른바 ‘템퍼링(기존 계약을 끝나기 전에 다른 기획사 또는 단체와 접촉하는 것)’ 이슈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신인 그룹 피프티 피프티 일부 멤버는 데뷔 4달 만에 데뷔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에 오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자 소속사 어트랙트에 대해 투명하지 않은 정산 등의 이유를 들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그해 8월엔 전홍준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프로듀싱, A&R(음반 및 아티스트 기획), 마케팅 등을 맡았던 용역사인 더기버스)가 멤버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알려졌다. 멤버들이 제기한 가처분은 기각됐고, 피프티 피프티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멤버를 교체해야 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5년가량 남은 뉴진스가 갈등의 전면에 나서면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지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고 했다.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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