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모회사 하이브와 소속사인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 사이 싸움에 '자진(?)' 등판했다. 하이브에 최후통첩을 날린 멤버들이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이들의 참전이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지 물음표가 생긴다.
멤버들은 지난 11일 밤 기습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것도 어도어 공식 채널이 아닌 'nwjns'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여기서 다섯 멤버들은 하이브 및 어도어에 오는 25일까지 민 전 대표를 다시 '엄마'로 복귀시키라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민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자리에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이전의 어도어. 그간 법원에 민 전 대표를 지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시상식에서 그를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의 편에 서 왔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그와 현재도 한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방송 중간에는 격한 어조로 하이브를 작심 비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멤버들은 "뉴진스 컴백 일주일 전에 홍보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대표님 배임 기사를 내고 외부에 뉴진스를 나쁘게 표현했던 행동부터가 어디가 뉴진스를 위한 건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민 대표님 그만 괴롭히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대표님 너무 불쌍하고 하이브가 비인간적인 회사로만 보인다. 저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나" 등의 말을 쏟아내며 하이브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민희진 전 대표를 '엄마'처럼 따른 뉴진스였기에 그가 경영권 침탈 의혹에 휩싸이고, 어도어 대표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멤버들 역시 속앓이를 했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자신이 속한 회사를 겨냥한 폭로와 비난을 쏟아내는 게 정당화될 수 있나. 뉴진스는 민 전 대표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다. 하이브의 인적, 물적 지원 등이 없었다면 지금의 뉴진스는 탄생할 수 없었다.
멤버들은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운용 원칙에도 반기를 들었다. 그간 대표이사가 제작과 경영을 총괄해 온 건 하이브 레이블 중 어도어뿐이었다. 모회사 입장에선 사업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지난달 27일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김주영 대표를 새롭게 선임하고 민 전 대표에겐 프로듀싱 업무만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오롯이 회사 경영의 영역이다. 이러한 모회사의 경영 방침에 아티스트가 간섭하는 건 사안에 따라 월권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하이브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민 전 대표 해임 건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뉴진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지언정 하이브가 그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이사회를 통해 해임시킨 만큼 이는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사안이다.
일각에선 뉴진스의 이번 최후통첩을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위한 전초전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계약 해지 소송은 아티스트가 회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기간 내에 시정되지 않으면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뉴진스 또한 공개적으로 하이브(어도어)에 전달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선전포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멤버 민지는 라이브 방송 중 "이런 요청을 드리는 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 바. 역으로 이는 회사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 주지 않을 경우 싸울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지만 업계는 하이브가 마음을 돌려 상황을 복구시킬 일은 없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12일 열린 하이브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재상 대표는 일련의 어도어 사태에 대해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단호한 입장이 유지될 경우 하이브와 뉴진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간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사이 갈등의 소재였던 뉴진스는 이제 하이브, 그리고 어도어에 직접 칼날을 들이댔다. 이들이 과연 회사와 동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 속 팀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건 분명해 보인다.
과연 25일 이후 하이브와 민 전 대표, 뉴진스를 둘러싼 이 참사의 향배는 어찌 될까.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지리한 법적 다툼의 결론까지 지켜볼 일이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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