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뉴진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멤버들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들과 어도어를 예전 상태로 돌려놓을 것을 하이브 측에 요구했다. 최후통첩과도 같은 요구였다. 승부수를 던진 건지 악수를 던진 건지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어른들 다툼에 소녀들을 앞세운 모양새인 건 확실해 보인다.
지난 11일 뉴진스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건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멤버들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지극히 계획적이면서 고도의 노림수가 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날의 라이브 방송은 하이브뿐 아니라 K-Pop 신(Scene)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이 잠재돼 있었다.
결국은 어른들의 수 싸움
뉴진스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발언한 표현을 보면 어딘가 익숙하다. 누군가 주장한 내용이다. 특히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어도어’라는 표현은 민희진 전 대표가 계속 언급해왔었다.
게다가 하이브 측에서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민희진 전 대표가 과거 인터뷰에서 회사 내 자기가 처한 상황을 까발렸던 거처럼 대중의 우호적 여론을 일으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멤버들은 이날의 라이브 방송이 자신들의 의지라며 아무도 시킨 이가 없다는 걸 강조했다. 그런데도 언론 등은 민희진 전 대표의 그림자가 느껴진다고 평한다.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처럼 민희진이 주장해온 자기와 뉴진스가 ‘예술적 공동체’ 혹은 ‘운명적 공동체’라서 그런 것일까.
그래서 이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은 민희진이 가스라이팅한 건 아니냐며 이른바 ‘민희진라이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뉴진스 멤버들의 등을 떠밀진 않았겠으나 이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나 할까.
멤버들이 통보한 ‘25일’이라는 일자도 의미심장하다. 라이브 방송이 11일이었으니 방송 후 14일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를 두고 법률적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통상 계약기간이 남은 아티스트가 전속 계약을 해지하려면 회사 측에 불만 사항을 전달하고, 회사 측이 이를 보정 혹은 치유할 기간을 주게 돼 있는데 그 기간이 통상 2주라는 것이다. 이에 하이브 측이 불응하면 전속계약 해지 소송 내지는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 등을 제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뉴진스 멤버들이 하소연하듯 내뱉은 말들이 결국은 고도의 노림수가 있는 포석이었던 것.
물론 뉴진스 멤버들은 각자 자기의 미래를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연인들이다. 하지만 멤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대인데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두 명이 있다. 세간의 평은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의지와 능력만으로 법률적으로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지점에서 어른들의 냄새가 풍긴다. 언론 등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법률 자문이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전속계약 해지’까지 염두에 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출구가 있을까
뉴진스의 요구에 대해 하이브 측은 거부 의사를 공고히 했다. 12일 하이브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이재상 대표이사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 대표의 이 발언은 법정 다툼을 각오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돌이켜 보면 원칙을 지킨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고도 말했는데 법리 다툼에서 자신 있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까지 간다면 하이브나 뉴진스나 피해를 볼 건 뻔하다. 벌써 하이브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이브는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82% 하락한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 혐의가 약식기소로 마무리되면서 약 5% 급등했으나 이날 자회사 어도어와의 내분이 드러나면서 개장 직후 6.15% 뚝 떨어졌다. 13일에도 2.96%나 하락하며 최근의 약세를 이어갔다.
뉴진스에 대한 여론 악화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른바 ‘통수돌’로 낙인 찍힌 ‘피프트 피프티’ 사례가 떠오른다는 평이 많다.
지금까지는 하이브 측과 민희진 전 대표의 대립 양상이었는데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전장에 등장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피프티 피프티 사태 때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원소속사를 비난하며 전속 계약을 해지하려 한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는 세간의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뉴진스 측 주장이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다. 라이브 방송의 행간을 읽다 보면 뉴진스의 인기가 높으니 하이브 측에서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순진한 발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여론전에서는 팬덤의 힘을 입어 성과를 얻을 수 있겠으나 법리 해석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선 뉴진스는 민희진 개인과 계약한 게 아니고 어도어와 계약했다. 그리고 민희진은 절차에 따라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이를 팬덤에 기대 원상복구를 꾀한다는 발상은 어른들이 개입하고 법률 자문이 따랐다 하더라도 그리 논리적인 그림은 아니다.
이미 화살은 떠났고 이미지 실추 또한 시작됐다. 뉴진스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사랑하는 팬의 마음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출구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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