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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L을 만난 건 내 연애 역사 중 최고의 오점이다. 그때의 나는 제대로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줘본 적도 없는 모태솔로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쩌다 나와 L은 커피를 한두 잔 같이 마셨고 무심코 던진 L의 고백을 나는 낼름 삼켜버렸다.당시의 나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 L은 다른 지방에 살면서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취준생과 백수의 만남이었다.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도 나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싶었나 보다(아무래도 특유의 외로움 때문이었겠지). 그런 결핍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L과의 데이트를 기다리게 했고 나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고 배웅했다. 개인주의자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헌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건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라고 믿었으니까.나와 L의 백수 상태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기에 한동안은 나름 안정적으로 데이트를 이어 나갔다. 나는 어떻게 모아두었던 돈이 있었는지 L에게 밥을 사거나 커피를 사주고는 했다. 물론 L이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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