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해외 팬들은 경찰이 사건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부터 “이제는 격려하고 응원할 시간”이라며 주로 슈가 지지와 응원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는 해외 팬들이 페이팔(paypal) 등 창구로 모은 후원금으로 마련된 각종 응원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사옥 앞 가로등에는 응원 문구가 적힌 배너 광고가 설치됐고 사옥 앞 도로에는 민씨를 응원하는 문구가 재생되는 전광판을 실은 트럭도 주차 돼있었다.
도로 중앙에 있는 버스정류장 2곳에는 BTS 멤버 7명이 서로 모여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함께여서 고맙고 행복합니다, 부디 앞으로도 행복합시다” 등 문구가 적힌 화면 광고가 게시 돼있었다. 같은 광고는 서울 용산구 나인원 한남 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 한 곳에도 설치됐다. 이는 지난 17일쯤부터 해외 팬들이 약 10일간 모은 후원금으로 설치됐고, 이달 말까지 걸려있을 예정이다.
하이브 건물 주변에 설치된 가로등 배너 광고는 필리핀 및 남미 팬덤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팬덤은 약 450만원 정도 후원금을 모아 “사랑해 민윤기” “마할 키타(Mahal Kita·필리핀어로 ‘사랑해’라는 뜻) 민윤기” 등 써진 배너를 준비했다. 남미 팬덤은 약 1000만원 가량 후원금을 모아 남미 21개국 국기와 함께 “BTS IS SEVEN(BTS는 일곱 명)” “BTS Never Walk Alone(BTS는 혼자가 아냐)” 등 응원 문구를 담은 배너를 내걸었다.
‘성지 순례’차 현장을 방문한 국내 팬들은 ‘슈가 탈퇴는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유모(49)씨는 “국내 팬들이 슈가 탈퇴를 주장한다고 하는데, 속한 팬 모임에서 슈가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은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며 “어디서 나온 여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모(31)씨는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람에게 도의적 책임 묻는 것은 알겠지만 정치인들은 술 먹고 음주운전 허다한데도 자리를 지키지 않느냐”면서 “잘못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잘못한 만큼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BTS 덕분에 한국이 좋아져 관광 중이라는 해외 팬들도 관광 명소처럼 현장에 들렀다. 마사 몰리나르(40·멕시코)씨는 “BTS가 좋아 한국에 와서 10일째 관광 중”이라며 “한국을 정말 좋아하지만 이런 심한 여론몰이는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비난하고 잘못 따지기보단 용서하고 응원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33·일본)는 “엄격한 것(strict)과 가혹한 것(harsh)은 다르다”면서 “한국은 연예인에게 어느 수준까지 윤리적인 책임을 따질 것인지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가로등에 내걸린 배너는 용산구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0분쯤 철거했다. 구 관계자는 “가로등에 배너를 매달려면 구에 신고를 한 후 내거는 것이 적법한 절차인데 외국인 팬들이 한국 법을 잘 모르다 보니 무단으로 설치했던 것 같다”고 했다. 철거 장면을 지켜보던 스에무라 메구미(50·일본)씨는 현장에 나온 구 관계자에게 부탁해 철거한 배너를 한 장 얻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BTS 해외 팬덤은 꾸준히 ‘슈가 지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세계 58개국에서 모인 127개 아미 단체 연합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아미 연합은 멤버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른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7인의 BTS를 지지하며 향후 방향에 대해 그 누구도 BTS에게 강요할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obo@chosun.com
남병진 인턴기자(한국외대 행정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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