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25일 이후 뉴진스가 하이브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전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당국이 제시한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뉴진스는 제2조와 제5조 등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하이브와 어도어 등 기획업자는 가수의 사생활 보장 등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또 기획업자는 가수의 명시적 의사표명에 반하는 대중문화예술용역 계약은 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영상에서 뉴진스는 연습생 시절 영상과 의료기록 등 사적 정보가 유출됐는데 하이브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민 이사의 대표 해임과 프로듀서 계약 등 문제를 하이브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을 지적했다.
그렇다고 뉴진스가 마냥 유리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수는 기획업자의 명예, 신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번 유튜브 방송 등은 이런 조항을 어긴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전속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25일 당장 소송전에 돌입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일단 기획업자나 가수가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상대방은 위반자를 향해 14일간 유예기간을 주고 위반사항을 고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에는 이 기간에도 위반사항을 고치지 않아야 비로소 본격적 계약해지와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써 있다.
만일 기획업자가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는데도 가수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기 위해 위반한다면, 손해배상과 별도로 계약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액의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기획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뉴진스는 일방적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위약금을 어도어, 즉 하이브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이브와 뉴진스, 향후 행보 시나리오는
뉴진스가 물어야 할 위약금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어도어의 매출을 기준으로 뉴진스의 위약금은 약 4000억원 규모일 것”이라며 “하이브가 뉴진스와 계약 해지 시 별도 비용 없이 수천억원의 순매출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어도어의 소속 아티스트는 사실상 뉴진스뿐이다. 어도어의 2022년과 2023년 매출은 각각 186억원, 1103억원으로 월평균 매출은 54억여원이다. 아이돌그룹의 최초 전속계약이 대개 7년인 점을 고려했을 때 뉴진스의 계약은 현재 58개월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위약금은 3100억원으로 나온다.
하지만 뉴진스가 해당 소송을 내년으로 넘기거나 어도어와 계약서에 해지 조건으로 미래가치, 최근 분기나 반기 실적 등을 위약금을 산정할 때 반영하겠다고 제시했다면 금액은 더 불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조건은 엔터사와 아티스트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법정 다툼에 돌입하면 뉴진스와 하이브의 평판이 훼손되는 게 더 큰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가수 등 아티스트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걸면 서로 흠을 들추면서 여론전을 펼쳐 가수와 회사 둘다 평판이 실추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합의나 판결 등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으면 석 달, 길면 3년 이상 걸리는데 가수는 이 기간에 예전처럼 활동하지 못했다. 가수의 이름, 즉 상표권이 소속사에 귀속되어 있어서다. 이에 따라 과거 동방신기부터 최근 피프티피프티 사례까지 전속계약 해지 소송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가수와 소속사 둘다, 관련 소송이 길어져서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뉴진스와 하이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New Jeans'라는 상표는 2022년 어도어가 출원해 등록했다. 뉴진스가 소송전에 돌입한다면 더 이상 뉴진스라는 이름의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각종 히트곡도 부르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이브도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이미 하이브는 어도어 사태로 주가와 브랜드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소송이 장기화한다면 또다른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관리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위약금을 받고 뉴진스 IP를 순순히 놓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고 소송전을 장기화하면 뉴진스는 물론 하이브도 브랜드 신뢰도 등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thebell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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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기사
뉴진스가 하이브에 던진 '2주 최후통첩', 방시혁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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