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최후통첩을 던진 뉴진스도, 그 요구를 받은 하이브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파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업게 관계자들은 "딱히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뉴진스의 요구, 하이브가 수용할 수 있을까?
뉴진스는 지난 11일 예고 없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
이에 대한 하이브의 답변은 간결했다. "원칙대로 대응하겠다."
하이브가 말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들은 뉴진스와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가 빚어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거대 K-팝 기업이 어린 걸그룹 멤버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은 결코 지지 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하이브가 뉴진스의 요구를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 명확하다. 이사회를 통해 '원칙대로'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했다는 것이 그들이 입장이다. 여기서 만약 뉴진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스스로 '해임이 부당했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또 다시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까?
"25일까지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뉴진스의 주장에는 철저한 계산이 깔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연예계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 해지 관련해 '갑(하이브 or 어도어) 또는 을(뉴진스)이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위반자에 대하여 14일 간의 유예기간을 정하여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먼저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11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뉴진스가 정확히 '14일' 뒤인 25일을 언급한 이유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일단 그들의 요구사항이 곧바로 계약 해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민 전 대표가 해임된 것인데, 소속 아티스트가 이를 "돌려놓으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종국에는 '신뢰 관계 파탄' 주장으로 흐를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적잖은 가수들이 신뢰 관계가 깨졌다는 이유로 계약 파기를 요구하고, 또 관철됐다. 뉴진스의 요구에 대해 하이브가 최대한 말을 아끼는 이유다. 뉴진스를 공격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것만으로도 신뢰 관계 파탄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 요구시, 뉴진스는 지지받을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그들의 팬덤과 민희진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은 당연히 뉴진스의 계약 해지 요구를 반길 것이다. 지금도 하이브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명분'이다. 뉴진스가 하이브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 이유 없이 나가라면 계약서 상에 명시된 위약금을 물면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규모는 약 3000억 원 대로 추정되기 때문에 뉴진스가 이를 감당하고 하이브를 떠날 리 만무하다. 결국 법적으로 해지 절차를 밟을 적절한 이유를 대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재까지 뉴진스의 주장은 '이성'보다는 '감정' 호소에 가깝다. 라이브 방송 도중 멤버들은 "저희 민희진 대표님을 그만 괴롭히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대표님 너무 불쌍하고 하이브가 그냥 비인간적인 회사로만 보여요. 저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어요?"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가 불쌍하다' '민 전 대표를 그만 괴롭혀라' 등은 계약 해지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 주장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떼쓰기에 불과하다. 만약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이런 주장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대중의 질타만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뉴진스가 정확히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생각지도 못했던 하이브의 비위를 폭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대립 속에서 이미 공개됐을 것이란 게 상식이다.
또한 뉴진스와 민 전 대표의 '연결 강도' 역시 대중은 지켜보고 있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진행하려면 그들의 업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을 선임해야 한다. 민 전 대표의 일을 보고 있는 세종이 또 다시 나선다면 양측의 밀월 관계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성공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 전 대표의 프로듀싱 능력은 뛰어났다. 현재의 뉴진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향후에도 가장 잘 프로듀싱할 적임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계약 조건 및 기간에 대한 이견은 있다지만, 하이브도 "프로듀싱 업무는 계속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민 전 대표의 대표 지위를 복권하고 "경영과 프로듀싱을 통합시키라"는 뉴진스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걸 원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민 전 대표와 멤버들이 직접 투자해 스스로 권리를 갖고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뉴진스는 아니다. 하이브의 자본과 쏘스뮤직의 자원이 그들의 시작점이었다. 그래서 권리 관계가 명확하다. 이런 아주 간단한 자본주의 논리를 무시하려 하는 것에 그들의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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