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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됐는데 제 최애가 읽은 책을 따라 읽어보려고요.”
마침내 꺾인 9월의 무더위, 20대 여성 최 모 씨가 책을 찾는 이유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독서의 계절이 다가와서가 아닌 자신의 ‘최애’ 아이돌 때문이다.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추천하는 책을 사 읽는 ‘팬덤 독서’가 서점가에서 번지고 있다. 성인 종합 독서율이 43%로 최저인 가운데 20대 독서율은 74.5%, 30대 독서율은 68%를 기록해 떠오른 ‘텍스트 힙(Text Hip)’ 현상 속에는 K-팝 아이돌이 함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5월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한 웹 예능에 출연해 언급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다. 책은 지난해 11월 배우 하석진이 TV 예능에서 책을 인용해 화제가 된 데 이어 장원영의 말과 함께 다시 탄력을 받아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아이돌 멤버의 언급과 함께 3∼5년 전 출간된 책들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는 일이 올해 크게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이 TV 예능을 통해 소개한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방송 후 판매량이 1.6배 늘었고 NCT의 마크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노출한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는 2.4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단순히 방송 노출이 아닌 팬들만이 볼 수 있는 콘텐츠에서 소개된 책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느는 상황은 ‘팬덤 독서’라는 현상에 힘을 더한다. 에스파의 카리나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개한 최은영의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이후 판매량이 1.5배 이상 늘었고 NCT의 재민이 유료 소통 앱인 ‘버블’을 통해 소개한 ‘자존감 수업’과 ‘경제금융용어 700선’은 모두 전월 대비 판매가 늘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최근 판매가 늘어 영문을 알 수 없는 구간의 경우에는 대체로 아이돌 멤버가 버블이나 브이앱 같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언급한 경우”라며 “대부분 사례에서 구매자의 50% 이상이 20·30대 독자인 만큼 아이돌의 추천으로 팬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천 도서에 이어서 최근에는 ‘공항 책’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흔히 유명 연예인의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되는 것에서 나아가 해당 연예인이 공항에 가지고 오는 책이 주목받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아이돌 그룹에 책을 협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아이돌 소속사에 책을 보내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협찬까지도 알아보는 중”이라며 “명품 브랜드 제품처럼 노출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팬들에게 보일 방법이 없을까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