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tvN 화제작 '응답하라 1997'에서는 하얀색, 노란색 풍선을 든 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들이 다투는 모습이 나온다. 아이돌 그룹의 개성을 상징했던 '공식 색'은 다양한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며 '겹치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신인 걸그룹 소나무의 공식색이 그룹 샤이니의 공식색과 유성을 띈다는 이유로 팬덤의 볼멘소리를 들었으며, 2017년에는 신인 그룹 워너원의 로고색이 그룹 세븐틴의 공식색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식색처럼, 아이돌 그룹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아이돌 그룹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팬덤'의 애칭, 즉 팬덤명이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성기 때에도 존재했던 팬덤명은 그룹만의 세계관과 그룹-팬 사이의 관계성 등을 한 단어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다수의 신인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이들의 팬덤명이 유사성 논란에 휩싸이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그룹이 해체한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는 이름인 만큼, 가요 팬들이 유사성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19일 가수 제니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루비들 안녕, 제니다. 곧 보자"는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제니의 개인 팬덤명이 '루비'가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다만 '루비'는 이미 가수 권은비의 팬덤명으로 쓰이고 있기에 제니의 개인 팬덤명을 두고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제니 측은 이와 관련해 "루비는 공식 팬덤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그제서야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었다.
제니를 둘러싼 팬덤명 유사성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했으나, 실제 팬덤명 유사성 논란에 휩싸인 그룹들도 있다. 신인 그룹 캣츠아이의 팬덤명인 '아이콘즈'가 2015년 데뷔한 선배 그룹 아이콘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것. 이에 아이콘의 팬덤 아이콘즈는 지난 14일 캣츠아이의 소속사 하이브를 향해 '타아티스트 팬덤명에 관한 성명문'을 발표하며 팬덤명 교체를 요구했다.
팬덤명 겹치기 논란으로 인해 팬덤 이름을 두 번이나 바꾼 그룹도 있다. 바로 지난 3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다. 아일릿은 데뷔 직후 팬덤명을 '릴리'라고 발표했으나, 이것이 2022년 데뷔한 선배 그룹 엔믹스 멤버 릴리와 겹치며 논란이 되자 팬덤명을 '릴리즈'로 변경했다. 그러나 '릴리즈'는 이미 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개인 팬덤명이 사용하고 있던 이름이었고, 결국 아일릿은 "여러 우려 의견들을 고려해 공식 팬클럽명을 다시 선정하겠다"는 공지 후 팀 결성 1주년을 맞은 지난 1일 공식 팬덤명을 '글릿'으로 발표했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출범하고 있는 만큼 K팝 산업에서 성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개성'이다. 아티스트의 음악과 무대, 콘셉트 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독창성이 요구되는 만큼, '겹치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섬세함과 신중함이 더욱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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