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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례가 바로 란제리쇼다. 사실 시연만큼 훌륭한 마케팅 전략도 없다. 더군다나 속옷이란 자고로 처진 뱃살이나 가슴을 보정하고 흡수 기능을 하는 ‘왕방울’ 브랜드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그러니 ‘방판 씨스터즈’의 금제 고객들은 시스루와 레이스가 많은 ‘환타지 란제리’ 제품들이 생소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해괴망측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숙한 그녀들에겐 이토록 절실한 사연이 있다. 리더 한정숙(김소연)은 싸움질로 경찰서에 드나들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 불성실한 남편을 대신해 직접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오금희(김성령)는 수입 성인용품 영어 설명서를 독해하는 뜻밖의 재능기부를 하게 된 이후 ‘환타스틱’한 세계에 눈을 뜨고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서영복(김선영)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랑꾼 남편이 돈을 못 벌어 아이가 넷인데도 단칸방을 못 벗어나니, 가난 탈출이 목표다. 싱글맘 이주리(이세희)는 든든한 언니들을 만나 자신을 향한 편견의 시선에 더 당당하게 맞서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