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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판 시스터즈’ 풍기문란 방판극
‘성(性)’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시절인 1992년 금제라는 한 시골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한정숙(김소연 분), 오금희(김성령 분), 서영복(김선영 분), 이주리(이세희 분),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이 집에서 정숙하고 조신하게 가장을 보필하고 아이를 돌보는 대신 요상한 물건을 한아름 품에 안고 방문판매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건 가리거나 보호하는 용도가 아닌 오로지 보여주기 위한 형형색색 야시시한 속옷과 여러 성인용품. 그 중에서도 한껏 곧추서 진동까지 하는 신문물은 금제 주부들을 기절초풍시킨다.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데 불편하고, 되레 불편해하는 게 고상하고 도덕적이라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 속 거시기가 아닌 “섹스”라고 분명하게 말하며, 누가 뭐라고 수군대고 무시하든 보란듯이 멋지게 란제리쇼까지 해내는 ‘방판 씨스터즈’들의 풍기문란 방판극은 안방극장을 뒤집어 놓을 핵심 재미 포인트다.
# 주부들의 자립 성장기와 우정
성인용품을 파는 건 결코 쉽지 않았던 시대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방문판매가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 금제 고추아가씨 진으로 꽃다운 미모를 날렸던 정숙은 구인광고를 끼고 산다. 여덟 살 난 아들이 커갈수록 돈 들어갈 때는 많은데 남편 권성수(최재림 분)는 돈벌이도 시원치도 않으면서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기 때문. 그 시절 ‘아씨’ 소리 들으며 곱게 자란 금희는 하루 종일 집에 틀어 박혀 진취적인 현대 여성처럼 꽃꽂이나 하라며 잔소리하는 남편 최원봉(김원해 분)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무능한 남편 박종선(임철수 분), 아이 넷과 좁은 단칸방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는 영복은 아직도 밥상에서 공부하는 큰딸에게 번듯한 책상 하나 사주고 싶다. 싱글맘 주리도 홀로 아들을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동네에서 온갖 추문에 엮이고, 가족마저도 “천박한 물건 팔고 다닌다”, “당신 이런 여자 아니잖아”라고 비난해도 “장사 안 접어!”라며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그저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제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꽉 막힌 세상 속에서 시대를 앞서간 물건들을 판매하고 욕망을 곧추세우는 법을 알게 되면서 ‘방판 씨스터즈’가 도전하고, 변화하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의 재미까지 선사할 전망이다.
# 연우진, 미스터리+로맨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온 수상한 남자 김도현(연우진 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뚜껑 없는 지프차에서 내려 선글라스를 벗는 멋짐 폭발 첫 등장부터 금제 여인들의 심쿵을 일으킨 도현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잘 나가던 형사다. 그런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어 보이는 이 시골 마을에 왜 내려왔는지는 베일에 감춰진 포인트. 이로 인해 싹을 틔운 김도현 미스터리는 아무도 없는 경찰 문서 보관실을 은밀하게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더욱 증폭된다. 무엇보다 금제에서 마주친 정숙과의 묘한 기류는 두 사람의 서사에 기대감을 심는다. “인생 마지막 희망”이라며 간절히 도와달라는 정숙이 들고 있던 건 속옷, 채찍, 수갑 등 성인용품. 민망한 대면 후 계속해서 정숙과 엮이는 도현은 성인용품을 판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고, 그럼에도 씩씩하게 이겨내며 헤쳐 나가는 정숙에 웃음이 절로 피어나온다. 서울에서 온 수상한 남자 도현의 속내는 무엇일지, 정숙과는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그의 흥미진진한 활약에 이목이 집중된다.